고대사

히틀러의 군대를 무너뜨린 가짜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 OSS 심리전의 거장 바바라 라우어스

전선 뒤에서 벌어진 또 다른 전쟁, 심리전

모든 전쟁에서 병사와 무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적진 뒤에서 이루어지는 첩보, 선전, 파괴 공작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이미 증명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략사무국(OSS, Office of Strategic Services)과 영국의 특수작전집행부(SOE, Special Operations Executive)가 바로 이런 임무를 담당한 기관이었다. OSS는 여러 부서로 나뉘어 운영되었는데, 비밀첩보를 담당하는 SI(Secret Intelligence), 특수작전을 맡은 SO(Special Operations), 작전부대인 OG(Operational Groups),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이 속해 있던 MO(Morale Operations, 사기 작전) 등이 대표적이었다.

히틀러의 군대를 무너뜨린 가짜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 , OSS 심리전의 거장 바바라 라우어스

적의 사기를 흔드는 임무, MO

MO의 임무는 추축국 군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 곧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이었다. 대표적인 수단은 적군 진영에 전복성 메시지를 담은 전단을 퍼뜨리는 일이었다. 항공기 살포부터 시작해 레지스탕스 요원이나 침투 공작원이 벽에 붙이는 방식, 우편 발송까지 다양한 경로가 동원되었다. 목표는 단 하나, 적군 병사들이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고 결국 탈영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MO 안에서 남다른 독창성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바로 바바라 라우어스 포도스키(Barbara Lauwers Podoski)였다.

히틀러의 군대를 무너뜨린 가짜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 , OSS 심리전의 거장 바바라 라우어스

보제나 하우세로바(Božena Hauserová)—이것이 그녀의 본래 이름이다. 그녀는 1914년 오늘날 체코의 브르노(Brno)에서 태어나 파리 대학교에서 수학했고, 브르노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1938년 미국인 찰스 라우어스(Charles Lauwers)와 결혼한 뒤 나치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이 시작되기 전에 유럽을 떠나 벨기에령 콩고로 이주했다. 3년 후 뉴욕에 정착했을 무렵 남편 찰스가 징집되었고, 보제나는 이제 '바바라'가 되어 워싱턴 D.C.로 옮겨 체코슬로바키아 대사관에서 일했다. 1943년 6월 1일에는 여성육군군단(WAC, Women's Army Corps)에 입대했는데, 영어·독일어·프랑스어·체코어 등 여러 언어에 능통했던 덕분에 MO 부대에 발탁되었다. 필요한 훈련을 마친 그녀는 1944년 초 이탈리아로 파견되어 적진 한복판에서 현장 공작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존재하지 않던 단체,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

이탈리아에서 바바라는 공작원들, 레지스탕스 조직원들, 심지어 히틀러에게 반감을 품은 독일군 포로들까지 동원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허위 소문 유포, 반(反)히틀러 선전물 배포 등 독일 병사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전이 바로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League of Lonely War Women)', 독일어로 파어아인 아인자머 크리게르프라우엔(Verein Einsamer Kriegerfrauen)이었다.

바바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 단체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 목적은 분명했다—독일군의 가장 약한 부분, 곧 향수와 고독을 직접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독일어로 써서 적군이 드나드는 장소에 수천 부씩 '흘려두듯' 배치한 편지는 다음과 같다.

히틀러의 군대를 무너뜨린 가짜  외로운 전쟁 여성 연맹 , OSS 심리전의 거장 바바라 라우어스

1944년 여름

전선의 병사여! […]
언제쯤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잠시 잊고 기쁨과 행복, 사랑의 나날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고향에서는 당신의 용맹한 싸움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용감한 사람조차 때로는 지치기 마련이며, 부드러운 베개와 약간의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타지에서 휴가를 보내야 하는 당신, 전쟁에 집을 빼앗긴 당신, 아내도 여자 친구도 연인도 없이 홀로 남은 당신을.
우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 카드에서 우리의 상징 [왼쪽 아래의 하트]을 오려 내세요. 역 근처의 모든 카페, 모든 술집에서 유리창에 잘 보이도록 붙여 두세요. 그러면 VEK 회원이 당신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외로운 밤에 품었던 꿈과 환상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원하지, 당신의 돈을 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회원증을 보여주십시오(당신에게 다가올 누구에게든). 어디에나 회원이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은 이것을 나라와 그 수호자들에 대한 의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의무 때문만은 아닙니다—우리는 오랜 세월 남편들과 떨어져 지내 왔습니다. 주변에 외국인들이 이토록 많은데, 우리는 다시금 독일 병사들의 젊음을 품안에서 느끼고 싶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아내, 자매 혹은 연인도 우리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당신과 독일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전쟁의 외로운 여성들 협회

바바라의 의도는 명확했다. 가족이 있는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이 미친 전쟁을 멈추게 하고, 홀몸 병사들은 휴가를 이용해 독일로 돌아가 위로를 찾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작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어,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마저 이 단체의 존재를 진짜로 믿고 1944년 10월 10일자 지면에 "이탈리아 전선에서 휴가를 나온 독일 병사들은 휴가 기간 동안 옷깃에 얽힌 하트 문양만 달면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안내문까지 게재했다.

청동성장(Bronze Star)을 안겨준 걸작

그러나 바바라의 진정한 걸작이자 청동성장(Bronze Star) 훈장으로 이어진 업적은 1945년에 완성되었다. 한 독일군 하사관을 심문하던 그녀는 그의 출신을 알게 되었고, 하사관이 자랑스럽게 내뱉은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국방군(Wehrmacht)이 같은 민족인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을 더러운 일과 가장 위험한 임무에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바라는 즉시 이 정보를 다음 작전의 무기로 삼았다. 북부 이탈리아에서 독일군과 함께 싸우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병사들이 새로운 표적이 된 것이다. 그녀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로 수백 장의 전단을 인쇄해 그들의 조국 사람들에게 뿌렸고, 전선을 이탈해 항복한 체코슬로바키아 병사 약 600명의 주머니에서 바바라가 집필한 그 전단이 발견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의 삶

바바라는 전쟁 중 첫 남편과 이혼했다. 종전 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1954년 요셉 유노자 포도스키(Joseph Junosza Podoski)와 재혼했으며, 워싱턴의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과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서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녀는 2009년 8월 16일,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