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8천년기 전반기,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농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가축화된 식물과 동물을 활용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성공적으로 퍼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 지역의 건조한 주변부에서는 근동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문화적 발전 경로를 따르며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공동체들이 존재했다.
농경과 목축의 여명기에 이 두 생활 방식이 공존했다는 사실은 근동의 일부 지역에서 잘 입증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왔다. 학계의 연구 노력은 주로 신석기화 과정(neolithization)의 기원, 확산,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변혁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유대 고원, 네게브 사막, 그리고 요르단 강 하류 계곡으로 이루어진 지역은 약 1만 년 전, 선도기 신석기 B기(Pre-Pottery Neolithic B) 동안 북쪽의 지중해성 기후 습윤 지역에 자리한 대규모 농경·목축 마을과 남쪽 네게브·시나이 사막에 거주하던 수렵채집 공동체 사이의 남부 '경계선' 역할을 했다. 따라서 네게브 북부 연변은 전통적으로 높은 이동성을 지닌 소규모 무리로 규정되어 온 수렵채집 공동체를 연구하기에 이상적인 지역이며, 인접한 농경 공동체와 실제로 어떤 상호작용과 접촉이 있었는지 규명하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이러한 측면들은 지금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었다.
나할 에페의 고고학 발굴 조사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스페인·이스라엘 합작 고고학 팀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북동부에 위치한 나할 에페 신석기 유적에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는 이 수렵채집 공동체의 다양한 면모에 대한 방대한 새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완전히 처음 확인되는 것들이다.

우선 발굴 결과, 나할 에페 유적은 기원전 8천년기 전반기(중기 선도기 신석기 B)의 수렵채집인 정착지로 확인되었으며, 네게브·시나이 지역에서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유적으로 추정된다. 규모는 약 2,000㎡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같은 지역에서 알려진 동시대 최대 수렵채집 마을(나할 레우엘, 나할 이사론 등)의 세 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직경 3~5m의 원형 또는 반원형 평면을 지닌 반지하식 움말 일곱 채가 발견되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발굴되었으며, 이에 딸린 야외 공간과 인접 구조물도 함께 확인되었다. 이 건물들은 벽이 1m 높이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 유적이 있는 언덕의 상당 부분에서도 유사한 원형 구조물들이 지표에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어, 남북 축을 따라 경사면의 계단식 단계에 걸쳐 배치된 선도기 신석기 B기의 대규모 주거 지역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 건축물들은 네게브·시나이의 중기 및 후기 PPNB 유적들(나할 카르콤, 나할 레우엘, 나할 이사론, 와디 지바)에서 확인되는 소위 '벌집형(honeycomb)' 건축과 유사하다. 이런 점에서 나할 에페는 사막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 내내 이어진 독특한 원형 건축 전통의 가장 북쪽 사례 중 하나로, 반면 지중해 연안과 북쪽 요르단 강 동안의 대규모 농경 마을에서는 이미 직사각형 건축이 표준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나할 에페의 원형 건축은 지역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복잡성과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건축적 특수성은 발굴된 일곱 채의 건물 중 세 곳에서 석회 모르타르로 바닥을 마감한 흔적(나머지는 다짐 흙 또는 포석 바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네게브 지역에서 석회 바닥의 존재(그중 하나는 부분적으로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완전히 새롭고 예외적인 발견이다.
첫째, 석회 모르타르를 만들려면 사막에서 매우 희소한 두 가지 자원, 즉 석회암을 태울 목재와 석회 반죽용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둘째, 석회 미장 바닥은 주거 건물의 건설과 유지에 상당한 노동력이 투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유적에서 관찰되는 건축적 복잡성과는 부합하지만, '일시적 마을에 거주하는 작고 이동성이 높은 집단'이라는 네게브 수렵채집인의 통념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셋째, 건축에 석회를 제조·사용하는 기술은 전통적으로 선도기 신석기 B기 북방 습윤 지역 대규모 농경 마을의 직사각형 건축에 특유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 사막 지역의 원형 건축과는 결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렵이 이 공동체의 생계 전략에서 핵심적 활동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투사체 촉이 풍부하게 출토되고, 동물 유골은 적으나 전부 야생종에 한정), 아마도 곡물을 포함한 식물의 이용과 가공의 증거 역시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이다(돌 맷돌과 광택 나는 낫날). 다만 현재로서는 어떤 식물 종을 섭취했는지, 식물성 식량이 공동체의 생계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했는지는 특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지난 발굴 조사에서 밝혀진 또 다른 중요한 신규 발견은 건물 한 채의 폐기 단계에서 무덤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완전히 예상 밖의 발견으로, 선도기 신석기 B기에 네게브에 거주했던 수렵채집인의 장례 관습에 관한 최초의 증거이며,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 공동체의 장례 문화에 첫 빛을 던져 준다.

기존 이론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유적
결론적으로, 나할 에페 유적에서 수행된 조사는 네게브·시나이 지역 신석기 시대에 대한 기존 모델의 여러 측면을 상당 부분 재구성하거나 재고하도록 요구한다. 덜 건조한 북부 연변의 수렵채집 정착지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을 수 있다. 또한 나할 에페의 경우, 그 규모와 건축적 특성(석회 미장 바닥)을 근거로 단기 거처가 아니라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 마을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충분한 요소가 있다.
한편 나할 에페 정착지는 네게브·시나이 지역 선도기 신석기 B기 정착지를 규정해 온 전통적 문화·물질적 특징(컴팩트한 원형 벌집형 건축, 수렵 기반 생계)을 대부분 공유하지만, 원형 건축의 복잡성 면에서는 요르단 계곡 건너편의 샤카트 므사이에드(Shkarat Msaied), 아인 아부 누카일라(Ayn Abu Nukhayla) 같은 대형 동시대 정착지에 가깝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북방 습윤 지역의 농경 정착지인 이프타헬(Yiftahel), 모차(Motza), 아부 고시(Abu Gosh), 여리고(Jericho)의 특징적인 기술과 물질문화 요소(석회 바닥, 낫날)가 나할 에페에서도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데이터는 네게브 북부에 거주했던 수렵채집 집단이 기원전 8천년기에 전성기를 맞은 신석기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았으며, 네게브의 이 덜 건조한 지대가 농부와 수렵채집인 간의 진정한 접촉·교류·기술 전수의 접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나할 에페 주민들은 농경 마을의 가장 특징적인 기술 혁신을 일부 수용해 자신들의 환경적 여건에 맞게 변용한 것이다.
나할 에페 유적에서 진행되는 고고학 조사는 농업의 기원과 정착, 그리고 수렵채집 생활 방식의 지속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을 넘어서는 중간 단계의 양상을 제시하며, 동지중해 신석기화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풍부한 해석의 길을 열어 준다. 아직 밝혀야 할 것은 산더미처럼 많다.

나할 에페 프로젝트는 스페인 과학혁신부·유럽지역개발기금(NEONEG, PGC2018-096634-B-I00, RYC-2016-21108), 이스라엘 과학재단(Ref. 345/18), 팔라크 재단(PALARQ Foundation), 이레네 레비 살라 CARE 고고학 재단,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PIAR 프로그램), 이스라엘 고대유물청, 예루살렘 프랑스 연구센터(CRFJ), 그리고 카탈루냐 정부 문화부(SGR-2017-995)의 지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