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보트로만 닿을 수 있는 유프라테스 강변의 고대 요새, 터키 룸칼레(Rumkale) 완전 해설

터키 남부 산리우파(Sanliurfa)에서 북동쪽으로 약 50km, 에스키 할페티(Eski Halfeti)에서 북서쪽으로 약 4km 지점. 유프라테스 강과 메르짐먼 강이 만나는 비레식 저수지(Birecik Reservoir) 서쪽 기슭, 깎아지른 듯한 바위 고원 위에 거대한 요새의 유적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룸칼레(Rumkale), 문자 그대로 '로마 성(城)'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비잔틴 시대에는 '호롬글라(Hromgla)', 십자군 시대에는 '랑쿨라(Ranculat)'로 불렸습니다. 아시리아인들이 이미 이곳의 전략적 가치를 알아차릴 만큼 그 기원은 더 오래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구조물 대부분은 헬레니즘·로마·비잔틴 양식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2000년 유프라테스 강에 비레식 댐이 건설되면서 요새의 상당 부분이 수몰되었습니다. 그러나 물 위로 솟아 있는 성벽만 봐도 이곳이 과거 얼마나 웅장하고 난공불락의 요새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치 특성상 현재는 인근 제우그마(Zeugma)와 할페티(Halfeti)에서 보트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어, '강 위에 떠 있는 비밀 요새'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보트로만 닿을 수 있는 유프라테스 강변의 고대 요새, 터키 룸칼레(Rumkale) 완전 해설

3,000년 역사, 여러 문명이 거쳐간 길목

룸칼레의 건립은 기원전 1230년, 원시 히타이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기원전 855년 아시리아 왕 살만에셀이 이 도시를 건설했다고도 전합니다. 실제로 로마인들이 도래하기 전까지 이곳은 히타이트·아시리아·메디아·페르시아·마케도니아·셀레우코스·파르티아 등 셀 수 없이 많은 세력의 영토가 되었던, 동서 문명의 교차점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의 전설이 깃든 곳

전통에 따르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요한이 이곳 바위를 파낸 동굴에 머물며 성경 사본 필사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 필사본 중 하나가 룸칼레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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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아르메니아의 난공불락 성채

중세 초, 이 지역은 무슬림·아르메니아인·몽골인·십자군 사이에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결국 아르메니아 왕들이 에데사 백작에게서 요새를 매입해 대대적으로 확장하며 사실상 함락 불가능한 성채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아르메니아 교회(카톨리코스)의 수장도 이곳에 정착해 1293년 맘루크 군대가 침공할 때까지 머물렀습니다.

맘루크는 이곳을 '칼라트 알 무슬리민(Qal'at al-Muslimin)', 즉 '무슬림의 성'이라 불렀습니다. 당시 공성전에서 무려 33문의 투석기가 동원되었고, 그럼에도 요새를 함락하는 데 3일이 걸렸다는 기록은 룸칼레의 견고함을 잘 보여줍니다.

중세 최고의 필사실(스크립토리움)

아르메니아 시대의 룸칼레은 단순한 요새를 넘어 중세 최고 수준의 필사실(scriptorium) 중 하나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유명한 '로슬린 황소(Roslin Bulls)' 삽화를 비롯해, 중세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원고 삽화가들이 이곳에서 작업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개방형 감옥, 그리고 폐허가 되기까지

1516년 오스만 제국이 룸칼레를 장악한 뒤, 이곳은 정치적 반대파와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인물들을 유배시키는 개방형 감옥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영국 작가 리처드 포코크(Richard Pococke)가 방문했던 1737년에도 아직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약 100년 후인 1832년경 요새는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1838년 현지를 방문한 프로이센의 헬무트 폰 몰트케(Helmuth von Moltke) 백작은 그 황폐한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겼고, 19세기 또 다른 여행자 카를 리터(Carl Ritter) 역시 유사한 소견을 보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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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남아 있는 룸칼레의 모습

요새 하부 대부분은 2000년 비레식 저수지의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육지로 드러난 구역에서는 아르메니아 교회와 수도원, 저장수조, 분수, 참호(도랑)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 북쪽 지역에는 오스만 시대 궁전과 주택의 유적도 남아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보존 건축물은 12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몰된 성벽과 강 위로 솟은 바위 요새가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룸칼레는 오늘날 터키 남동부를 대표하는 특별한 역사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반다야 반다, 할페티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보트 투어를 통해 물 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이 장엄한 고대 요새를 직접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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