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리즈 바이킹스(Vikings)의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는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슬라우그(Aslaug)입니다. 그녀는 주인공 가문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공주이자 왕비, 마녀이자 예언자로서 남편 라그나르조차 능가하는 신비로운 오라에 감싸인 인물이었지만, 드라마 속 그녀는 상당히 자유롭게 각색되어 실제 전설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아슬라우그를 알려주는 주요 사료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바이킹 관련 1차 사료들은 정확성이 떨어지고 역사와 허구가 너무나 밀접하게 뒤섞여 있어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아슬라우그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헌은 13세기 말 아이슬란드에서 집필된 볼숭가 사가(Völsunga saga)입니다. 이 사가는 여러 작가들의 시를 모은 시적 에다(Poetic Edda)를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게르만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Song of the Nibelungs)의 가장 오래된 판본인 니벨룽 순환(Nibelung Cycle)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니벨룽의 노래는 신화적 요소와 스칸디나비아계 민족인 부르군트족 멸망의 역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료는 위의 시적 에다가 아니라, 13세기 전반 아이슬란드의 스칼드(skald, 궁정 시인)였던 스노리 스투를루손(Snorri Sturlusson)이 지은 산문 에다(Prose Edda), 즉 소에다(Minor Edda)입니다.
용을 죽인 영웅의 딸로 태어나다
사가에 따르면 아슬라우그는 게르만 전설의 지크프리트에 해당하는 용 퇴치의 영웅 시구르드(Sigurd)와 방패처녀(skjaldmö) 브륀힐드(Brynhildr)의 딸입니다. 방패처녀란 드라마의 라거사처럼 전투에 나선 여전사를 의미합니다. 이 두 이름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Ring of the Nibelung)를 통해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슬라우그를 직접 키운 사람은 외할아버지인 헤이메르(Heimer)였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손녀의 안전을 걱정하여 커다란 통기타 형태의 하프를 만들고 그 안에 아기를 숨긴 뒤,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며 여기저기를 떠돌았습니다. 아무도 하프 속에 아이가 숨어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까마귀' 크라카로 살아남다
두 사람은 노르웨이의 스팡게레인(Spangerein)이라는 곳에 도착해 아케(Áke)와 그리마(Grima)라는 농부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하프 안에 값진 보물이 들어 있으리라 짐작한 이 부부는 결국 헤이메르를 살해하고 맙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보물 대신 발견한 것은 소녀였고, 부부는 그녀를 입양해 '크라카(Kráka)', 즉 '까마귀'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아슬라우그는 귀족의 혈통에서 나올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다웠기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얼굴에 그을음을 묻히고 후드를 눌러쓰고 지냈습니다.
라그나르와의 운명적인 만남

하지만 이런 변장도 그녀가 미래의 남편, 유명한 전사왕 라그나르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와 만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라그나르의 부하들이 강에서 목욕하던 그녀를 발견하면서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부하들은 그녀의 미모에 홀려 빵이 타버릴 정도였고, 이상하게 여긴 라그나르가 이유를 물은 뒤 호기심에 그녀를 데려오라고 명령합니다.
더 나아가 라그나르는 그녀의 지혜가 미모만 못하지 않은지 시험해 보고 싶어 기묘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옷을 입지도 알몸이 아니게, 배고프지도 배부르지 않게, 홀로 있지도 여럿과 함께 있지 않게 오라고 한 것입니다. 아슬라우그는 기지를 발휘해 그물만 걸치고, 양파를 먹으며, 개 한 마리만 대동하고 나타났습니다. 물론 라그나르는 그녀에게 푹 빠져 혼인을 청했습니다.
드라마와 다른 진실: 라거사와 토라
여기서 14세기 초에 쓰인 라그나르 로드브로크 사가(Ragnars saga loðbrókar)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가는 전설적인 바이킹 라그나르의 생애를 다룹니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라그나르가 라거사를 버리고 아슬라우그와 결혼했다고 알고 있을 텐데, 실제 전설에서는 그가 이미 그 전에 예탈란드(Götaland)의 야를(jarl, 백작에 해당하는 칭호) 헤라우드(Herrauðr)의 딸 토라 보르가르효르트(Þóra Borgarhjǫrtr)를 위해 라거사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토라는 드라마에서 완전히 생략된 인물입니다.
토라가 에리크, 아그나르, 올로프 세 아들을 낳았다면, 아슬라우그는 여섯 아들의 어머니였습니다. 비욘, 흐비트세르크, 시구르드, 구트로드, 롱발드, 그리고 '무골의(Ivar the Boneless)' 이바르입니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비욘의 친모를 라거사로 바꾸어 그리는데, 사료에 따르면 라거사는 자녀가 없었다는 설과 프리들레이프(Fridleif)라는 아들과 이름 미상의 두 딸을 두었다는 설이 공존합니다.

'무골의' 이바르와 저주의 전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단연 이바르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다리의 뼈와 인대가 몸을 지탱하지 못하는 질환, 아마도 골형성부전증을 앓았기에 독특한 별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바르의 장애가 저주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결혼 후 라그나르가 사흘 밤을 기다린 뒤에야 혼인을 완수하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그는 기다리지 않았고 태어난 아이가 그 대가를 치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설이 얽힌 자식은 이바르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구르드 역시 신비로운 정황 속에 태어나 그의 친모가 아슬라우그인지 토라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뱀 눈동자의 시구르드와 예언
이야기는 라그나르가 스웨덴 총독 에위스테인 벨리(Eysteinn Beli)를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에위스테인은 라그나르에게 신분 낮은 아슬라우그와의 혼인을 만류하며 자신의 딸 잉에보리(Ingeborg)와 결혼하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라그나르가 돌아왔을 때, 아슬라우그는 이미 새들의 매개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마법의 힘을 지닌 자로 여겨졌던 그녀는 약혼자에게 자신의 진짜 혈통을 밝힙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용 파프니르(Fafnir)를 벤 유명한 시구르드임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태어날 아들의 눈에 뱀 모양의 점이 새겨질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실제로 그 아이는 그런 모습으로 태어났고, 그래서 '눈속의 뱀(Serpent-in-the-Eye)' 시구르드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조롱당했다고 느낀 에위스테인은 무력으로 맞섰지만, 아슬라우그의 부추김에 따라 라그나르의 아들들이 그를 죽였습니다.

방패처녀 란달린, 군대를 이끌다
이렇듯 아슬라우그는 라그나르의 자손들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잉그바르, 웁베, 할프단 같은 다른 관계에서 얻은 자식들(드라마에서는 그녀의 소생으로 처리됨)까지 포함해서였고, 심지어 토라의 아들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스웨덴인들이 에리크와 아그나르를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복수를 위해 군대를 조직하고 스스로 방패처녀로서 전장에 섰으며, '란달린(Randalin)'이라는 전투명을 사용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적을 격파했고, 이에 자극받은 라그나르도 뒤처지지 않겠다며 브리튼 제도의 노섬브리아(Northumbria) 원정을 결심합니다.
뱀 구덩이로 끝나는 예언
라그나르는 865년에 이미 그 왕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섬브리아는 아직 통일되지 않은 잉글랜드 동해안을 머시아, 이스트앵글리아, 에식스, 켄트와 함께 이루는 왕국 중 하나였습니다(드라마에서는 린디스판 수도원 약탈도 그의 소행으로 그리지만, 실제 약탈은 그보다 한 세기 전에 일어났으므로 그가 저지른 것일 수 없습니다). 새로운 원정을 준비하던 라그나르에게 아내는 함대의 열악한 상태(드라마에서는 거센 폭풍으로 각색됨)와 그로 인한 재앙을 경고했습니다.
예언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라그나르는 엘라(Ælla) 왕에게 포로로 잡혀 뱀으로 가득 찬 구덩이에 던져져 처형당합니다. 그는 아슬라우그가 만들어 준 마법의 바지 덕분에 잠시 목숨을 부지했는데, 바로 그 바지가 그의 이름 '로드브로크(Lodbrok)', 즉 '털바지'의 유래입니다(토라가 선물했다는 이설도 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는 두 아내의 아들들인 이바르, 할프단, 웁베가 이룩했습니다. 그들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바이킹의 연합군인 이른바 '대이교도군(Great Heathen Army)'을 이끌고 브리튼 섬으로 진격한 것입니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최후
그렇다면 아슬라우그 자신의 최후는 어떠했을까요? 앞서 언급한 사가들은 물론 추가 정보를 담고 있는 할브다나르 사가(Hálfdanar saga)와 에위스테인소나르 사가(Eysteinssonar saga)조차 그녀의 이후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전하지 않습니다. 라그나르의 삶을 스쳐 간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그녀가 라거사의 손에 죽는 장면은 각본가들의 창작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