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인류 최초의 우주 사진, 어떻게 탄생했나? – 나치 V-2 로켓이 담아낸 지구

약 105km 고도에서 준궤도 비행 중 촬영된 역사상 최초의 우주 사진. 이 사진은 1946년, 미국이 나치 독일로부터 노획한 V-2 로켓 한 기를 이용해 촬영되었습니다.

우주에서 촬영된 첫 번째 사진

이 사진은 약 105km(65마일) 고도에서 로켓에 장착된 35mm 카메라로 촬영되었습니다. 당시 13번째 비행이었으며, 미국의 과학자들은 독일에서 노획해 미국으로 옮겨온 V-2 로켓의 성능을 시험하는 중이었습니다. 로켓은 1946년 10월 24일 뉴멕시코에서 발사되어 하늘로 올랐습니다.

V-2는 원래 전혀 다른 목적으로 설계된 무기였기 때문에, 가장 큰 난관은 지면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카메라와 필름을 생존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로켓은 최고 고도에 도달한 뒤 초속 약 150m의 속도로 자유낙하하며 지표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특수 제작된 보호 케이스가 필름을 지켜냈고, 추락한 로켓의 잔해 속에서 필름이 무사히 회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래의 사진은 인류의 역사, 그리고 우주 개척의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곳에서, 그리고 그 어느 때와도 다른 시점에서 우리 행성을 처음으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 사진, 어떻게 탄생했나? – 나치 V-2 로켓이 담아낸 지구

우주에서 촬영된 최초의 사진 – 1946년 10월 24일 – 사진 출처: U.S. Army

더 높은 해상도의 사진(2048 × 1619)은 관련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 사진, 어떻게 탄생했나? – 나치 V-2 로켓이 담아낸 지구

미군이 노획한 V-2 로켓 중 하나 – 1950년 7월 – 출처: NOAA

V-2 로켓

앞서 언급했듯이, 이 역사적인 사진은 미국이 노획한 V-2 로켓 중 하나를 사용해 촬영되었습니다. V-2는 전쟁 말기 소위 '빔바페(Wunderwaffe, 기적의 무기)'로 불리며 유명해진 무기체계였습니다. 전세를 뒤집어 독일에 승리를 안겨줄 현대식 무기, 혹은 적어도 연합군에게 기습타를 가해 진격을 저지하고 전선의 독일 병사들에게 숨 돌릴 틈이라도 벌어주려던 무기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SS 대위(Sturmbannführer) 베르너 폰 브라운이 이끄는 팀이 개발한 탄도 미사일이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 사진, 어떻게 탄생했나? – 나치 V-2 로켓이 담아낸 지구

베르너 폰 브라운 – 1964년 5월 – 출처: NASA

로켓의 임무는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원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무기는 연합군 병력이 아닌, 주로 민간인 즉 영국과 서유럽 도시의 주민들을 향해 사용되었습니다. 베르너 폰 브라운과 그의 '장난감'들은 미국에 의해 노획되어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의 일환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로켓을 설계한 대가로 폰 브라운은 처벌이 아니라 협력 제안, 즉 그의 지식을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가 이제 과학과 우주 개척이라는 정당한 목적에 쓰이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는 선전의 냄새가 감도는 잘못된 서술입니다. 모든 것의 배후에는 미국의 산업과 군대가 있었으며, 그들이야말로 미사일 무기 개발의 최대 수혜자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