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야고보의 전설과 '돌로 만든 배'
사도 성 야고보가 이베리아반도에 도착한 과정을 전하는 수많은 전설 중 하나는, 그가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배로 건너 대서양을 거슬러 올라갈라이키아(Gallaecia) 해안에 닿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실제로 일곱 명의 제자가 그의 시신을 옮겼다고 전합니다.
어느 쪽 이야기든 가장 기묘한 점은 바로 '돌로 만든 배'를 타고 여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신화적 색채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의아할 일입니다. 그 재료로 만든 배가 물 위를 떠다닌다는 것이 더 없이 터무니없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콘크리트로 배를 건조하는 조선 기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템스강변에 잠든 열여섯 척의 배
런던을 방문해 템스강을 따라 '런던 루프(London LOOP)' 24구간, 즉 레인햄(Rainham)과 퍼플릿(Purfleet) 사이(수도 동부)를 걷다 보면 아주 특이한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강변의 젖고 회색빛 도는 모래 위에 일정한 질서 없이 늘어선 열여섯 척의 큰 배들이 진흙과 녹에 덮인 채 망각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다가가 보면 이 작은 함대가 지닌 놀라운 특징을 알게 됩니다.
차로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미 단서를 얻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곳 주차장의 이름이 '더 스톤 바지스(The Stone Barges)', 즉 '돌 바지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흔히 말하는 의미의 기념물이 아닙니다. 조각가가 깎아낸 조형물도 아니고, 성인의 함대일 리도 더더욱 없습니다. 그 역사는 성 야고보의 전설보다 훨씬 최근의 것이며, 훨씬 단단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열여섯 척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건조된 배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당시 만들어진 수십 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배들의 특이점은 돌이 아니라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강조하지만, 콘크리트를 운반하는 배가 아니라 선체 자체가 해양 분야에서는 드문 그 재료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의외로 여길 수 있지만, 콘크리트 배는 물보다 가벼워 떠오릅니다.
19세기부터 이어진 콘크리트 조선의 역사
철근콘크리트로 배를 짓는 시도는 19세기부터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48년 프랑스로, 그 재료 자체의 발명가인 조제프루이 랑보(Joseph-Louis Lambot) 덕분입니다. 이 기술은 해양 분야에서는 주로 강바지선에 적용되었고, 세기 말에야 외해로 나갈 수 있는 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탈리아 리구리아 출신 엔지니어 카를로 가벨리니(Carlo Gabellini)가 가장 유명했습니다. 이후 저렴하다는 장점 덕분에 기술이 확산되고 보편화되었지만, 그 대가로 일반 배보다 건조 과정이 훨씬 복잡했습니다.
전간기에는 더 값싸고 다루기 쉬운 소재들이 등장하면서 콘크리트 조선 기술은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1942년, 전쟁의 어려움과 무엇보다 강철 부족으로 인해 이 기술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예인되도록 설계된 동력 없는 바지선 24척이 건조되었고, 심지어 콘크리트 잠수함까지 구상되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더 큰 배의 건조 역시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D데이와 멀베리 인공항
강철은 전투함에 우선 배정되어야 했기 때문에, 화물선에는 철 골조에 콘크리트를 입힌 방식이 선택되었습니다. 훨씬 저렴하고 구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D데이 당시 이 배들은 처음에는 함선들에게 연료와 탄약을 실어 날랐고, 이후 병력 수송, 해안 방벽, 이동식 야전 취사장으로 쓰였으며, 마침내 멀베리(Mulberry) 인공항의 폰툰(부교 지지대)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블랙베리(mulberry)'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멀베리 항구는, 해안이 확보된 후 장비 하역과 병력 상륙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프랑스 해안에 급조된 인공 시설이었습니다. 두 개가 건설되었는데, 오마하 비치의 미군용 멀베리 A(폭풍으로 상실)와 아롱망슈의 영국군용 멀베리 B(현재도 유적이 남아 있음)입니다. 이 배들은 민간에서는 '비틀(beetle, 딱정벌레)'이라 불렸고, 공식 명칭은 '콘코브(corncob, 옥수수대)'였으며, '웨일(whale, 고래)'로 알려진 부두를 받치는 말뚝 역할을 했습니다.
전후의 행방과 새로운 역할
생존한 웨일 일부는 이후 폭격으로 파괴된 교량 복구에 재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대부분의 콘코브는 영국해협 바닥이나 다른 심해로 침몰했습니다. 태평양 전선에서도 사용되었는데, 그곳에서는 고온 속에서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초대형 냉장고로 2차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냉동 모터 덕분에 내부 온도 약 12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배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 쿠바, 갤버스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캘리포니아 등이 그곳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금도 수상 가옥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파월강(Powell River)에서는 한 무리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력' 때문에 가장 흥미로운 곳은 단연 템스강의 열여섯 척입니다. 1953년 이들은 다시 잉글랜드로 옮겨져 강바닥에 정박되어 홍수 방지 장벽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줄곧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추가적인 용도도 생겼습니다. 바로 수금류의 둥지처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