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포에부스 카르텔: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한 기업들의 비밀 동맹

대기업들이 '계획적 노후화' 원칙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즉, 제품에 꼭 필요하지 않은 유통기한을 설정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버리도록 만들고, 그렇게 판매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소문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규모로 이루어진 사례가 최소 한 건 존재한다. 바로 1924년부터 1939년까지 주요 전구 제조업체들이 결성한 이른바 '포에부스 카르텔'이다.

핀천의 소설에 숨겨진 단서

미국 작가 토머스 핀천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치 샐린저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오히려 더 큰 명성을 얻은 저명한 작가다. 1973년 그는 세 번째 소설 『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그의 가장 높이 평가받는 걸작으로, 독일의 V2 로켓 생산을 출발점으로 삼아 제2차 세계대전 말기와 전후 유럽을 그리면서도 인종차별, 식민주의, 엔트로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밀도 높은 퍼즐 같은 소설이다.

포에부스 카르텔: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한 기업들의 비밀 동맹

『중력의 무지개』는 현실과 허구를 결합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리는 문체를 탄생시켰다. 미국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했고 네뷸라상(판타지·SF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지는 이 책을 20세기 영어로 쓰인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을 "판독 불가능하고, 과잉 서술되었으며, 외설적"이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주로 마약, 소년애, 배변증에 관한 선정적인 구절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복잡한 주제들 속에 부차적 플롯으로 계획적 노후화 이야기가 등장하며 앞서 언급한 카르텔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핀천이 레비라는 성을 가진 신비로운 독일 실업가를 자료 출처로 인용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필립스, 오스람, 제너럴 일렉트릭과 같은 업계 거물들이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15년간 백열전구 생산을 통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연합에는 Associated Electrical Industries, 퉁스람(Tungsram), 콩파니 데 람프(Compagnie des Lampes), GE 해외 그룹, 인터내셔널 제너럴 일렉트릭, 그리고 스페인 회사인 램프 Z(Lámparas Z) 같은 소규모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제학에서 카르텔이란, 특정 산업 분야에서 생산·판매·가격을 규제함으로써 상호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동일 업종 기업 간의 협약을 의미한다.

포에부스 카르텔: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한 기업들의 비밀 동맹

상업 전쟁에서 비밀 협약으로

이 모든 것은 1921년 시작된 상업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독일 오스람은 국제 백열전구 가격 협회(Internationale Glühlampen Preisvereinigung)를 설립했고, 네덜란드 필립스 등 유럽의 주요 기업들과 함께 북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미국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은 같은 전략으로 대응하여 파리에 인터내셔널 제너럴 일렉트릭 컴퍼니를 설립했다. 경쟁사 영역에 대한 이러한 침입은 두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었다. 자유 경쟁이거나 합의이거나. 결국 후자가 선택되었다.

카르텔은 1924년 12월 23일, 제네바에 등록된 스위스 회사 '포에부스 S.A.(Phoebus S.A. Compagnie Industrielle pour le Développement de l'Éclairage)'라는 이름으로 공식 체결되었으며, 참여 기업들은 각자의 판매량에 비례해 지분을 보유했다. 주요 활동 중 하나는 더 좋고 더 오래가는 전구가 발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와 기술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특허와 시장 점유율을 분배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었다.

1,000시간이라는 마법의 숫자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전구의 평균 수명을 표준화했는데, 그 기준은 약 1,000시간으로 정해졌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을 생산한 제조업체에는 벌금이 부과되었는데, 초과 시간에 따라 스위스 프랑으로 지불할 벌금을 명시한 표가 실제로 보관되어 있다. 물론 엔지니어들은 1,000시간이면 충분히 긴 수명이며, 그 이상은 빛보다 열이 더 많이 발생해 전력을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에부스 카르텔: 전구 수명을 1,000시간으로 제한한 기업들의 비밀 동맹

어쨌든 카르텔 덕분에 경쟁사가 더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할 걱정 없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제조업체는 자국 영토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받았고, 영국 식민지는 Associated Electrical Industries, 오스람, 필립스, 퉁스람의 최대 시장으로 남겨졌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세계는 모든 기업에 개방된 시장으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포에부스는 세계 전구 생산과 판매의 90%를 장악하게 되었다.

저항과 몰락

물론 포에부스 카르텔의 존재 자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제한에 굴복하기를 거부한 기업들도 있었다. 북유럽 루마 협동조합(North European Luma Co-op Society)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기업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1920년대 말 독자 노선을 결심하고, 1931년부터 포에부스의 압박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전구를 판매했다.

그러나 카르텔을 종식시킨 것은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아니라 세계 정세였다. 원래 이 협약은 1955년까지 지속될 예정이었으나, 1939년 히틀러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경제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포에부스는 더 이상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고,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으며, 축적된 전구 재고는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처분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