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어떤 제품들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곤 합니다. 그 영향력이 워낙 강력해서 새로운 환유(轉喩)를 낳기도 하는데, 이 경우 사람들은 제품 대신 브랜드 이름으로 그것을 부르게 됩니다.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바이아나(Havaianas)는 발에 신는 것들 중에서 이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2년, 실용성 하나로 시장에 등장하다
1962년 브라질의 알파르가타스(Alpargatas)사가 만든 이 샌들은 실용성을 강하게 내세운 광고와 함께 브라질 소비자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디자인이나 미적 요소보다는 '냄새가 나지 않고, 변형되지 않으며, 끈이 느슨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웠죠. 흥미롭게도 사용 가치를 교환 가치보다 위에 두는 소구 방식이었습니다.
일본 농부의 짚신에서 온 영감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하바이아나의 원형은 일본 농부들이 즐겨 신던, 나무 조각과 볏짚으로 만든 샌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밑창에 쌀알처럼 생긴 무늬가 여러 개 새겨져 있는 것이겠죠. 다만 일본에서 받은 영감은 어디까지나 형태에 머물렀는데, 브라질산 모델은 통째로 고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고 튼튼한 매력, 그리고 경쟁자들
외모야 화려하지 않았지만, 하바이아나는 합리적인 가격과 착용감,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성공은 수많은 모방 제품의 양산으로 이어졌지만, 어느 것도 원조의 자리를 넘보지 못했습니다. 끊임없는 경쟁 시도에 맞서 브랜드는 이 대중적 샌들의 슬로건을 '하바이아나, 정품(Havaianas, as legítimas)'으로 바꾸며 정체성을 확고히 했습니다.
위기, '서민의 슬리퍼'라는 낙인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더 과감한 디자인과 선명한 색상을 내건 새로운 샌들이 시장에 잇달아 진입했습니다. 결국 하바이아나는 품질을 지켜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소비자와 체계적으로 묶이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이 현실은 유통 매대에서 제품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국면이었습니다.
반전의 시작, 공격적인 재포지셔닝
변화의 기류를 감지한 회사는 새로운 색상과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는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모두가 신는 샌들'을 기꺼이 들고 나서는 TV 스타들을 대거 기용했죠. 짧은 시간 안에 이 새로운 전략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제품의 상징적 위치를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월드컵과 왕족을 만나다, 그리고 세계로
더 세련된 진열과 폭넓은 취향에 맞춘 라인업을 갖춘 하바이아나는 이제 브라질을 넘어 해외의 발까지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기간에는 끈에 브라질 국기를 새긴 프로모션 모델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같은 시기 스웨덴의 실비아 여왕이 국빈 방문 중 하바이아나를 신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브랜드 위상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2000년에는 쌓여온 성공이 발판이 되어 미국과 유럽의 최고급 쇼핑센터에 하바이아나 매장이 줄지어 문을 열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혁신적인 샌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수많은 셀러브리티의 룩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샌들 하나가 우리의 아름다움, 그리고 심지어 '추함'에 대한 관념마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셈입니다.
글: Rainer So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