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S 뱅가드(HMS Vanguard)는 1941년에 건조가 시작되었지만, 완공된 것은 1946년이었습니다. 이 함선의 건조는 일본군 중순양함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온(Lion)급 전함과 테메레르(Temeraire)의 건조 계획이 취소된 이후 결정되었습니다.
개발 배경과 제원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뱅가드는 강력한 무장과 함께 고속 항해 능력을 모두 갖춰야 했습니다. 당초 16인치 주포 탑재도 검토되었으나, 결국 즉시 확보 가능한 15인치 포로 무장하게 되었습니다. 만재배수량은 51,420톤에 달했으며, 전장 248.2m, 전폭 32.9m, 흘수 10.6m의 거대한 함선이었습니다.
압도적인 화력
주무장은 종축선을 따라 함수 방향 2기, 함미 방향 2기로 배치된 4기의 연장 포탑에 장착된 15인치(381mm) 주포 8문이었습니다. 부포로는 상부 구조물 양현에 4기씩, 총 8기의 포탑에 장착된 대함·대공 겸용 5.25인치(133mm) 포 16문을 운용했습니다.
전쟁 중 공중 위협이 급격히 커지면서 대공 화력도 대폭 강화되어, 최종적으로 40mm 대공포 73문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42구경장 15인치 주포는 무게 879kg의 포탄을 36,630m까지 발사할 수 있었고, 5.25인치 포 역시 36.29kg 포탄을 22,000m 이상 날릴 수 있었으며 수직 사거리도 14,000m를 넘어섰습니다.
기관과 항해 성능
승무원은 총 1,893명이었습니다. 8기의 보일러가 파슨스 증기 터빈에 동력을 공급하여 130,000마력을 출력했고, 4축 프로펠러를 통해 최대 속력 30노트를 발휘했습니다. 연료는 4,930톤을 적재했습니다.
철벽의 방어력
뱅가드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교리에 따라 중장갑 방어 체계를 갖췄습니다. 현측 장각대는 제1 주포탑부터 함미 끝까지를 덮었으며, 두께는 4.5~14인치(115~355mm)였습니다. 갑판 장갑은 5~6인치(125~150mm), 주포탑과 포탑 하부 구조물의 장갑은 7~13인치(180~330mm)에 달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전자 장비
뱅가드는 탁월한 내해성을 자랑했으며, 해상 목표물 감시와 사격 통제를 위한 당시 가장 강력한 레이더를 탑재했습니다. 무려 20기의 레이더를 갖춘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 번의 연료 보급만으로 15,280km를 항해할 수 있는 긴 항속거리를 보유했습니다.
단 한 번의 전투도 없이 끝난 생애
그러나 이 거인은 정작 실전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몇 차례의 의례적 항해 외에는 NATO 훈련에 참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소련 스베르들로프(Sverdlov)급 순양함에 대응하기 위해 현역 유지가 검토되기도 했으나, 1956년부터 예비역에 머물러 있던 뱅가드는 1959년 마침내 해체가 결정되었습니다. 거인은 1962년 스크랩장으로 끌려갔고, 해체 작업은 무려 2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포츠먼스 항을 떠나는 마지막 항해 때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또 다른 시대의 유물을 배웅했습니다. 광활한 바다를 지배하도록 설계되었던 '불운한 거인'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전함의 좌우 현측 도면.

1950년대 후반 NATO 훈련에 참가한 HMS 뱅가드.

이 사진에서 함선의 아름답고 유연한 선형이 잘 드러납니다. 현측 장갑대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공에서 촬영된 전함의 모습.


웨스트랜드 WS-51 드래곤플라이 헬리콥터가 전함 상공에서 정지 비행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