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은 종교, 정치 지도자에 대한 숭배, 그리고 자메이카 특유의 문화적 표현이 하나로 융합된 독특한 현상입니다.
하일레 셀라시에 1세, ‘자(Jah)’의 화신
라스타파리아니즘은 20세기 후반 두드러진 현상으로,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 1세(Haile Selassie I, 1892~1975)를 중심으로 종교적·정치적·음악적 요소가 결합된 운동입니다. 셀라시에는 스스로를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왕과 시바 여왕의 직계 후손이라 여겼으며, 에티오피아 전통에 따르면 중세에 이 지역을 통치했던 솔로몬 왕조가 바로 이 두 인물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추종자들은 셀라시에를 ‘야훼(Yahweh)’에서 유래한 단어인 자(Jah), 곧 신 그 자체로 여깁니다.
사실 라스타파리 운동의 뿌리는 1930년대 자메이카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범아프리카주의 사상가 마커스 가비(Marcus Garvey)의 영향을 받은 자메이카 흑인들은 1930년 셀라시에의 즉위를 성경 예언의 실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국제연맹에서의 역사적 연설
에티오피아 황제는 1936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던 국제 정세와 인종주의 이론의 확산에 대해 당시 국제연맹 대표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호소한 그의 자세는 그에게 ‘평화의 왕자’를 뜻하는 라스 타파리(Ras Tafari)라는 이름을 안겨 주었는데, 참고로 ‘라스(Ras)’는 에티오피아어로 공작에 해당하는 귀족 작위입니다. 다음은 그 연설의 일부입니다.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선언하는 철학이 마침내 영구히 부정되고 버려지지 않는 한, 어느 나라에든 일등 시민과 이등 시민이 존재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의 피부색이 눈동자의 색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기본적 인권이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그날이 오기 전까지 영속하는 평화와 세계 시민, 국제 도덕의 지배에 대한 꿈은 붙잡힐 수 없는 환영으로 남을 것이며, 추구할지언정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셀라시에, 『국제연맹 연설』, 1936)
자메이카에서의 수용
20세기 초 자메이카의 흑인들, 즉 영국에 의해 자메이카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의 후손들은, 당시 아프리카 대륙의 유일한 주권 군주였던 셀라시에에게 메시아적 존재, 곧 그의 왕권이 신성함의 현현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셀라시에를 자(Jah)로 믿는 이 신앙은 가난한 자메이카 대중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나라만의 매우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레게 음악과 라스타파리 미학
자메이카의 대표 음악 장르인 레게(reggae)는 라스타파리 전통 위에 세워졌습니다. 레게의 상징인 밥 말리(Bob Marley)는 앞서 소개한 셀라시에의 연설에서 영감을 받아 곡 War(전쟁)을 만들었습니다. 느슨하고 색색의 면직물로 지은 전통 의상, 그리고 머리를 땋아 기른 드레드락(dreadlocks) 역시 라스타파리 미학을 이루는 핵심 요소입니다.

드레드락 헤어스타일과 자메이카의 색을 담은 헐렁한 복장은 라스타파리 미학의 특징입니다
식습관과 마리화나
라스타파리아니즘의 또 다른 특징은 채소, 콩류, 과일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식습관(‘아이탈(ital)’이라 불림)이며, 마리화나(marijuana)의 사용은 라스타파리 의식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됩니다. 신봉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생활 방식의 근거는 모두 성경, 그중에서도 구약성경의 여러 구절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irisphoto1,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