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문명의 기원
수메르인은 오늘날 이라크에 해당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처음 정착한 민족입니다. 이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란 고원과 자그로스산맥 일대를 떠돌며 유목 생활을 하던 그들에게 식량과 물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착의 배경: 풍요와 안전
수메르인이 메소포타미아에 정착하게 된 데에는 이 지역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과 식량 외에도 안전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는 북쪽과 서쪽은 산맥들로, 남서쪽은 페르시아만으로, 남쪽과 동쪽은 시리아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 다른 민족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연스러운 보호막 역할을 했습니다.
최초의 도시 국가와 문자의 발명
최초의 웅장한 신전과 궁전을 건축하고, 최초의 도시 국가들을 세우며, 아마도 문자를 발명한(모두 기원전 3100년~3000년경) 사람들은 바로 수메르인입니다. 가장 초기의 문자 기호는 상형문자였기 때문에 어떤 언어로든 읽을 수 있었고, 특정 언어에서 유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화살을 나타내는 상형 문자는 어떤 언어에서든 '화살'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몇 세기가 지나면서 이러한 기호들은 수메르어의 음가와 단어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화살을 나타내던 상형 문자는 이제 수메르어로 화살을 뜻하는 '티(ti)'를 표현하는 데 쓰였을 뿐만 아니라, 화살과 무관한 단어에서도 음가 'ti'를 나타내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수메르인이 상형 문자를 만든 것으로 간주되며, 엘람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만약 수메르인이 문자를 실제로 발명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회계 등 경제적 필요에 맞춰 문자를 빠르게 수용하고 확장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초기 점토판 대부분은 경제 기록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수메르라는 이름과 수메르어의 특징
'수메리아(Sumeria)'라는 이름은 바빌로니아인들이 남부 바빌로니아를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반면 수메르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켄기(ken.gi(r))', 즉 '문명의 땅'이라 불렀고, 자신들의 언어는 '에메기르(eme.gir)', 스스로를 '상기가(sag.gi₆.ga)', 즉 '검은 머리 사람들'이라 칭했습니다.
수메르어는 셈어파가 아니라 핀란드어나 일본어처럼 교착어에 속합니다. 교착어는 굴절어와 대비되는 언어 유형으로, 인도유럽어족과 같은 굴절어에서는 단어의 기본 요소인 어근이 변형될 수 있어 '굴절'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메르어의 기원과 드라비다어와의 연관성
수메르어는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언어와도 확실한 계통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도 남부 타밀족이 사용하는 언어 등 드라비다어군과 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기원전 1500년경 인도유럽계 침입자들에 의해 밀려나기 전까지 드라비다어가 인도 북부에서도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있어, 두 언어권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원통형 인장: 수메르·엘람의 대표 발명품
수메르인과 엘람인의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원통형 인장(cylinder seal)을 꼽을 수 있습니다. 원통형 인장은 2~6cm 크기의 작은 돌 원통에 조각 무늬를 새긴 것으로, 점토판, 봉투, 도자기, 벽돌 위에 굴려 내용을 표시하거나 물건을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장의 사용은 기원전 4천년기 말 점토 문자판 사용이 시작된 시점과 맞물려 기원전 1천년기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원통형 인장은 서명, 수령 확인, 건축 자재 표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