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로마 백부장 풀로와 보레누스: 라이벌의 영광스러운 대결

이 군단에는 두 명의 백부장이 있었다. 이미 최고 계급에 근접해 있던 가장 용맹한 인물들, 바로 티투스 풀로(Titus Pullo)와 루키우스 보레누스(Lucius Vorenus)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늘 경쟁심이 끓어올랐고, 매년 서열을 놓고 벌이는 다툼은 때로 증오로 번질 만큼 뜨거웠다.

풀로의 도발, 전장으로 향하다

성벽 근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던 어느 날, 풀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보레누스, 무엇을 그리 망설이는가? 네 용맹함을 증명할 이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느냐? 자, 오늘 이 하루가 우리 둘 사이를 결정할 것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참호를 뛰쳐나가 전투가 가장 치열한 곳으로 돌진했다. 보레누스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그는 라이벌을 바짝 따라붙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적진 가까이 다다른 풀로는 투창을 던져 우르르 몰려오던 적 한 명을 꿰뚫었고, 그는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러자 적들은 즉시 방패로 동료의 시신을 가린 뒤, 모든 화살을 풀로에게 쏟아붓고 그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풀로의 방패는 창에 꿰뚫렸고, 그 창은 허리띠까지 깊숙이 박혔다.

그 충격으로 검집이 어긋나면서 오른손이 검을 뽑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풀로는 적들에게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라이벌 보레누스가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몸을 던졌다. 야만족들은 일제히 방향을 돌려 보레누스에게 몰려들었다. 풀로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로를 구원한 두 사람

검을 쥔 보레누스는 적들 한복판에서 맹렬히 싸워 한 명을 베어 쓰러뜨리고 다른 적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아오른 승부욕에 눈이 멀었던 탓에 그는 우연히 마주친 구덩이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풀로의 차례였다. 그는 즉시 일어나 보레누스를 구하러 나섰다. 결국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부상당하지 않고 여러 적을 물리친 뒤, 온몸에 영광을 두르고 진영으로 돌아왔다.

승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렇듯 그들의 대결에서 운명은 양쪽에 공평하게 영예를 나누어 주었다. 각자 라이벌의 목숨을 지키고 구해냈으며, 끝내 어느 쪽이 더 용맹했는지는 판가름할 수 없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기』에 기록한 이 일화는, 라이벌 관계조차 전장에서는 생사를 함께 나누는 동료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으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