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아프리카에서 인도차이나까지, 파리 식민지 박람회 전시관 탐방기

1931년 파리 식민지 박람회장을 걷다 보면 세계 각지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아프리카와 인도차이나 지역의 전시관들을 차례로 둘러본다.

보랏빛으로 우뚝 선 마다가스카르

전시 관람을 시작해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랏빛 영광 속에 나부끼는 마다가스카르의 국기다. 넓고 높은 전시 홀 안에는 '붉은 섬'이라 불리는 마다가스카르의 가장 전형적인 네 곳 — 마준가(Majunga), 안치라베(Antsirabé), 타마타브(Tamatave), 알라오트라 호(Lake Alaotra) — 가 기묘할 정도로 정확한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파노라마를 바라보면 바자르가 늘어선 거리, 원주민 초가들이 즐비한 골목, 거대한 망고나무가 줄지은 대로, 그리고 마법 같은 이블루인(Ivoulouïne) 정원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소말리아 해안에서 프랑스령 서아프리카까지

소박한 발코니로 장식된 미나렛(첨탑)이 있는 소말리아 해안 전시관을 관람한 뒤에는, 인도차이나 섹션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공간에 이른다. 그러나 시선은 먼저 프랑스령 서아프리카(A.-O.F.)의 건축물들에게 끌린다. 불처럼 붉게 타오르는 듯한 벽을 세운 이 건물들의 전시관은 무려 4헥타르에 달하는 부지를 차지한다. 궁전, 도시 한 구역, 수림과 숲속의 마을, 호숫가 도시, 모스크, 그리고 파리 하늘 아래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150명의 흑인들이 머무는 캠프까지 갖춰져 있다.

공식 궁전 역할을 하는 건물은 니제르 강의 지류인 바니 강변에 위치한 수단 도시 제네(Djenné)의 대모스크를 충실히 재현한 것이다. 내부는 모스크와는 전혀 다른, 회랑으로 둘러싸인 안뜻 구조를 하고 있다.

이 안뜰 주위로는 A.-O.F. 연방을 이루는 식민지들의 전시대가 열려 있다. 새 항구 위를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다카르를 비롯해 기니, 코트디부아르, 다호메이, 수단, 오트볼타, 모리타니 등이다. 각 전시대마다 디오라마와 전시품, 그래픽 자료들이 결합되어 연방을 이룬 국가들의 발전상을 알려 준다. 하지만 진짜 현지의 삶은 따로 있다. 전시와 춤, 전투 재연이 펼쳐지는 궁전 앞 광장에 넘쳐흐르고, 붉은 진흙 집들이 재현된 제네 옛도시의 좁은 골목에서 살아 숨 쉬며, 세네갈과 수단 장인들이 만든 공예품 그늘 아래, 세구(Ségou)의 직조공들, 코트디부아르 상부와 다호메이의 공방에서도 느껴진다.

위임통치령 아프리카: 토고와 카메룬

멀리서도 볼 수 있는 것은 높으면서도 완만하게 둥근 초가지붕이다. 다가서면 회색과 검은색 기하학 무늬로 장식된 벽체와, 가늘고 긴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주랑(柱廊)이 나타난다. 중앙 전시관의 진열장에는 조각 상아, 흑토 도기, 에보니 뿔피리, 정교하게 주조하고 조각한 동제 소상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냥 전시관에서는 빛나는 프리즈 곁에 정글의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다행히 1931년 사자에게 물려 목숨을 잃은 위대한 탐험가 브뢰노 드 라보리(Bruneau de Laborie)가 남긴 트로피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앙코르와 인도차이나

웅장한 앙코르와트 사원 재현물로 이어지는 대로에 들어서기 전, 우리는 다메닐 호숫가 근처에 있는 라오스 전시관을 지나쳤다. 대로 양옆에는 돌 계단과 인간 상반신을 지닌 뱀, 즉 나가(naga)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라오스는 하나의 마을로 표현되어 있다. 그곳에는 경전을 보관하는 탑파 옆에 도서관이 세워져 있고, 문(門)과 몇 채의 움막이 전체를 완성한다. 통킹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동양의 선율이 은은하게 감돈다.

눈앞에는 인도차이나 섹션만을 위해 스물다섯 개의 전시관이 우뚝 서 있다. 산림·사냥·어업 전시관, 언론사 사무실, 희귀 목재와 귀중한 장식품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행정 전용의 아름답고 빛나는 건물까지.

국가 고유의 건축 양식이 없는 코친차이나(Cochinchine)는 우리를 다소 당혹스럽게 하는 모더니즘적 외관으로 등장한다. 다행히 논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비엔호아(Bien Hoa)의 도자기와 청동기, 붉고 금빛으로 찬란한 조상 제단들이 예술이 굴복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통킹 전시관

통킹 전시관은 건축가 사브리에(Sabrier)의 작품이다. 문을 지나면 재미있는 가게들이 늘어선 안뜰이 펼쳐진다. 안쪽에는 딘(dinh)이라 불리는 사원의 전정이 세워져 있는데, 무거운 적목 기둥들 사이에 조상 제단이 놓여 있고, 왁스 인형들이 이를 지키며, 금박으로 그린 문구들이 빼곡히 적힌 긴 검은 선반들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성스러운 길을 따라: 안남과 캄보디아

이제 인도차이나 섹션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성스러운 길(Sacred Way)을 건너 보자. 안남과 캄보디아 전시관은 후에(Hué) 왕궁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가 드베(Devé)가 설계했다. 두 개의 경쾌한 건물은 하나는 꾸에뚜잠(Guoe tu giam), 즉 학당을, 다른 하나는 타이미엔(Thai-mien), 즉 왕조 전각을 형상화한다. 후자에는 현 통치자의 부친이 옥좌에 앉아 있고, 그 주위로 분홍색, 금색, 달과 해의 빛깔을 한 의복들이 열병을 서듯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금빛 코끼리 상아로 정점을 장식한 캄보디아 전시관은 강 위에 닻을 내린 의장용 정크선(범선)을 연상시킨다. 캄보디아 예술 총감독 그로슬리에(Groslier) 씨가 정성껏 꾸몄다. 중앙 전정에는 금과 다마스커스 강철, 에나멜로 재현된 왕실의 상징물이 진열장 속에서 빛나고, 왼편에는 민족학·지리·경제 섹션이, 오른편에는 미술, 도자기, 귀한 직물, 무기들이 자리한다.

무거운 문이 닫히고, 반쯤 가려진 등불과 붉은 빛이 비낀 어둠 속에서 신음하는 듯한 종교 의식의 장면이 펼쳐진다. 허리를 굽힌 몸통, 꺾인 척추, 땅에 엎드린 몸, 애원하듯 들어 올린 손. 배경으로는 짙은 푸른 천 위에 황금 신상이 떠오르고, 왼편에는 작은 병풀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 있는 승려들이 황홀경에 빠진 자세로 굳어 있다. 향이 매캐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어디선가 애절한 의식 찬송가가 흘러나온다.

부두 끝, 즉 사원의 선봉에 해당하는 자리에는 낮고 네모난 두 개의 탑이 솟아 있으며, 각 면마다 조각된 부처상이 새겨져 있다. 앙코르 톰(Angkor Thom) 모티프의 재현이다. 사당일까? 아니면 어떤 승려의 은신처일까? 문을 열어 보았더니... 변압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