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 카리브해의 정취
과들루프 파빌리온은 낮게 지어진 건물로, 연못으로 꾸민 작은 만(灣)을 따라 휘감아 도는 베란다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청록빛이 감도는 아쿠아마린색의 마르티니크 돔은, 언덕마다 야자수가 솟아나 골짜기를 굽어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프리즈 위에 우뚝 솟아 있다. 벽면을 덮고 있는 차분한 흰색 바탕 위로, 외벽의 거친 질감의 녹색 기둥들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파빌리온 안에는 화려한 크레톤·면직물·캘리코 천을 두른 예쁜 여인들의 밀랍 인형이 진열되어 있다. 젊은 크레올 처녀들의 부지런한 손길로 짜여진 방석과 식탁보, 융단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조제핀의 처녀 시절 침실 역시 충실히 재현되어 있는데, 그 좁고 소박한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울린다. 쿠르바릴 나무로 만든 그 침대—역사상 가장 기묘하고 비범한 운명을 살아낸 여인의 꿈을 품었으리라 짐작되는 그 침대가 실제로 발견된 것일까? 창가에는 그녀의 친필로 남아 있는 몇 통의 희귀한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령 기아나, 숲의 신전
이제 프랑스령 기아나의 장엄한 색채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의 파빌리온은 곧 숲의 신전이다. 신성한 나무라 불리는 디방 보(bois divin)와 안젤리카, 뱀나무와 '하트 아웃사이드', 아마란스와 구필—그 이름만 들어도 울림이 있고 회화적인 이 귀한 목재들은, 눈부신 광택과 매끈하게 닦인 결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건축가 오라두르(M. Oradour) 씨는 마치 가옌(Cayenne)의 팜 광장(Place des Palmiers)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높고 가느다란 포르티코를 세웠다. 금박을 입혀 반짝이는 기둥 몸통에는 마호가니의 결이 줄무늬처럼 은은하게 얼룩져 있다.
인도양 연안, 라위니옹과 인도 상관들
이윽고 우리는 인도양 연안에 다다른다. 라위니옹(Réunion)의 아름다운 신전은 라틴 계승의 고전적 풍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안달루시아 주택의 건축미와 타구스 강·두로 강변의 카사(casa), 그리고 프로방스 시골집의 정취를 절묘하게 하나로 엮어냈다. 깔끔한 주랑이 시원한 파티오를 감싸고 있으며, 인도 상관(Comptoirs de l'Inde)의 분위기는 입구 계단을 두 마리의 흰 코끼리가 지키는 별장들로 재현되었다. 높은 껍질 위에 자리한 힌두 신상이 격정적으로 뒤틀린 기하학적 기둥 위를 군림하고, 안뜰에는 작은 수풀이 푸르게 우거져 있다. 마치 마헤(Mahé) 아니면 샹데르나고르(Chandernagor), 혹은 카리칼(Karikal), 퐁디셰리(Pondicherry), 야나옹(Yanaon)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소말리 해안과 태평양의 섬들
소말리 해안 파빌리온의 설계에는 입체적인 기하학 정신이 깃들어 있다—이슬람이 아프리카 대륙에 정립한 바로 그 큐브 형태들이다. 이중 발코니를 갖춘 미나렛 꼭대기에서 초승달 장식이 마라부트(marabout)의 돔과, 보르주(bordj) 혹은 크사르(ksar)의 기하학적 능선들을 내려다본다. 다카닐(Dakanil) 족은 바로 이곳에 삶을 꾸리고 있다.
뉴칼레도니아가 선보인 태평양 섬 주민들의 오두막과 초가집들은, 단색화된 장식판에 꽃과 문자, 상징을 새겨 넣은 박공을 지닌 가톨릭 선교회 건물들과 나란히 서 있다. 그 문양들 속에서는 가톨릭의 보편성과 다양성이 고스란히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