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유틀란트 해전 1916: 황혼 속 히퍼 함대의 최후 항전

셰어의 포위망과 제5전함전대의 고전

셰어가 주력 부대를 이끌고 서쪽에서 접근하던 중, 히퍼를 추격하던 영국 제5전함전대와 마주쳤습니다. 셰어는 함대를 둘로 나누어 적 전함 네 척을 포위했습니다. 선두에 서 있던 '말라야'가 '포메른'에게 포문을 열어 불바다로 만들었고, 에번토머스 제독이 지휘하는 '밸리언트', '바럼', '워스파이트'도 위기를 직감하고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습니다. 포탄 여러 발이 '그로서 크르퓌르스트'와 '마르크그라프'에 명중했으며, '포메른'은 끝내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영국 함선들은 끝까지 용맹하게 싸웠지만, 45분 뒤 교전 지역을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주포는 침묵했고, 갑판은 전사자와 부상자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한편 셰어는 결정타를 가하기 전에 잠시 기다릴 것을 선택한 듯 보였습니다. 그는 아직 서쪽에 영국 대함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전이 벌어질 무대를 스스로 준비하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경보 사이렌이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황혼 속에 모습을 드러낸 대함대

히퍼가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중 연기를 발견하고 '데르플링거'를 정찰에 파견했습니다. 이 배는 곧 함대 하나가 접근 중이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히퍼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또다시 연기가 보였는데, 이번에는 셰어의 함대였습니다. 히퍼가 진형을 재정비하는 동안, 북쪽 수평선에 영국 대함대의 거체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그때부터 하루가 저물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후드 제독의 세 순양함이 남서쪽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석양을 등진 그들의 실루엣은 독일 함대의 진로를 정면으로 비추는 표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데르플링거'와 '쾨니히'의 집중포화에 후드의 기함 '인빈시블'은 새까만 폐허로 변해갔습니다. 승무원들이 필사적으로 구명보트에 몸을 던지는 가운데 '인빈시블'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침몰했습니다. '인플렉시블'과 '인도미터블'은 서쪽의 대함대를 향해 후퇴했습니다.

아군을 향한 오발 참사

'아이언 듀크'의 갑판 위에서 '인빈시블'이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한 젤리코 제독은, 짙은 연기와 어두워지는 빛 속에 그 배를 독일 함선으로 착각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다가오는 두 척의 함선에 대한 포격을 명령했습니다. 불행히도 그 함선들은 바로 '인플렉시블'과 '인도미터블'이었습니다. 젤리코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 전까지 두 함선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이윽고 교차 포화 속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한 두 함선은 남쪽으로 도주를 선택했지만, '인플렉시블'은 이미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습니다.

석양이 건넨 최후의 일격

후드의 불운한 순양함들과 마찬가지로, 지는 해는 적 함선들을 완벽하게 조명하며 독일 함대의 조준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교하게 호응하는 독일 함대의 일제 사격은 파괴적이었고, 이윽고 '워리어'는 타오르는 유류의 바다 한가운데 둘러싸이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