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어뢰와 커틀라스로 마침표를 찍은 마타판 곶 해전

어뢰와 커틀라스로 마침표를 찍은 마타판 곶 해전

후퇴하던 이탈리아 함대, 폴라함의 위기

영국 왕립해군은 이탈리아 함대가 퇴각 대열에서 이탈해간 이유를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 설명은 의외로 단순했다. 황혼 무렵 영국군의 공습이 끝난 후 이탈리아 함대는 조용히 기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야키노(Iachino) 제독은 저녁 8시 직후 자라(Zara)함에서 폴라(Pola)함으로 발신된 신호를 가로챈 것이다. "위치를 보고하라." 잠시 후 자라함은 기함에 이렇게 전했다. "폴라함이 선미에 어뢰를 맞아 항행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합니다." 그때까지 야키노는 이 배의 처참한 운명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순양함 지휘관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탈리아 제독은 프리덤-위펠(Pridham-Wippell) 분함대를 증원하러 다른 영국 함선들이 근해로 접근해 왔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래서 그는 피우메(Fiume)함, 자라함과 구축함들을 폴라함 구원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 함대들이 출발한 밤 10시 28분, 야키노는 45마일 뒤쪽에서 381mm 함포의 섬광을 목격했고, 그제야 영국 전함들이 바로 근처에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비토리오 베네토(Vittorio Veneto)함이 적의 눈을 피해 무사히 앵커리지로 복귀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필립 맥 대령과 제14구축전대

마타판 해전의 종막은 비토리오 베네토함 요격이라는 헛된 시도와, 적 전함이 사라졌음을 확인하자마자 이미 피격당한 세 척의 순양함을 차례로 가라앉힌 성공으로 장식되었다. 이 결정적 역할은 저비스(Jervis)함에 승선해 제14구축전대를 지휘하던 필립 맥(Philip Mack) 대령의 몫이었다. 그는 먼저 자라함을 처리했고(피우메함은 이미 침몰한 뒤였다), 이어 파도 위에 멈춰 선 폴라함을 발견했다.

폴라함의 승조원 일부는 배가 가라앉을 것이라 여겨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배가 견디는 것을 보고 다시 함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병사들은 흠뻑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몸을 녹이기 위해 술병을 열었다. 어떤 이들은 명백히 취해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기관실에서 새어 나오는 유증기에 취한 듯 반쯤 혼미한 상태로 있었다.

저비스함은 폴라함에 나란히 접현 뒤 커틀라스(cutlass, 해군 도검)로 무장한 승조원들을 탑승시켰다. 이탈리아인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의 전면 공격 위협이 없었더라면 이 배는 전리품으로 알렉산드리아 항까지 예인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누비안(Nubian)함이 발사한 어뢰 한 발이 폴라함을 해저로 보냈다.

무솔리니의 반응과 레이더의 발견

이탈리아로 돌아온 야키노는 무솔리니에게 이번 참패를 직접 보고해야 했다. 제독을 크게 놀라게 한 것은, 일 듀체(Il Duce)가 그를 분노 대신 놀랍도록 침착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맞이했다는 점이었다.

얼마 후 전투 당시의 무선 감청 기록을 검토하던 야키노의 참모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차렸다. 영국군은 이탈리아 함선들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훨씬 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모부는 영국 함대가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무솔리니 역시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의 함대가 항공모함 없이는 지중해에서 자유롭게 작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즉시 두 척의 대형 여객선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나 첫 번째 배인 아퀼라(Aquila, 구 로마호)는 시운전을 앞두고 제노바에서 공습으로 손상되었고, 두 번째 배인 스파르비에로(Sparviero, 구 아우구스투스호)는 개조가 초입 단계에 머물다 독일군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영국의 전과와 그 의미

영국 측은 세 척의 순양함과 호위 구축함 두 척—알피에리(Alfieri)와 카르두치(Carducci)—를 격침시킨 성과에 크게 만족했다. 반면 비토리오 베네토함의 야간 도주, 그것도 본질적으로는 통신 오류에서 빚어진 도주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결과는 명확했다. 이탈리아 수상 함대는 너무나 심각한 타격을 입어, 향후 두 달 동안 그리스와 크레타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의 철수 작전을 지원하는 군함과 수송선을 저지할 능력 자체를 상실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