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5월, 몬테카시노를 둘러싼 전투의 마지막 장이 열렸다. 연합군 이탈리아 전역 사령관 해럴드 알렉산더(Harold Alexander) 장군은 제8군의 주력을 이 방면에 집결시키는 한편 작전 계획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른바 '다이아뎀 작전(Operation Diadem)'이다. 이번에는 주공을 독일군 방어선의 우측 방면으로 설정했다. 알폰스 주앙(Alphonse Juin)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 식민지 병력이 산악 지대에서 돌파구를 열고, 고지대를 거쳐 포위 선회로 이어가는 임무를 맡았다.
도시와 베네딕트회 수도원 유적에 대한 직접 공격은 처음으로 전장에 투입되는 W. 안데르스(Władysław Anders) 장군의 폴란드 제2군단이 담당했다. 또한 앞선 두 차례의 시도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던 대규모 항공 폭격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다.
마지막 격돌, 그리고 조용한 철수
마지막 막의 이야기는 의외로 짧다.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리하르트 하이드리히(Richard Heidrich) 중장의 독일 제1낙하산병사단은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남쪽 전선에서는 독일군 방어선이 극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포위망이 조여오자 낙하산병들은 5월 17일 밤부터 18일 새벽 사이, 수도원이 서 있던 언덕 꼭대기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결국 연합군 병사 단 한 명도 그들이 떠나기 전까지는 그 정상을 밟지 못했다.
5월 18일 아침, 폴란드군이 폐허가 된 수도원 위에 자국기를 게양하면서 4개월에 걸친 카시노 전투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언덕을 마지막까지 지켜온 것은 어디까지나 독일 낙하산병들이었다.
이후 두 주간, 연합군이 로마 함락에만 눈을 둔 사이 독일 제10군과 제14군은 포섬을 피해 후퇴할 수 있었다. 제1낙하산병사단은 이 긴 퇴각 과정 내내 제10군의 후위를 맡아 북쪽의 '고딕 라인(Gothic Line)'까지 엄호 임무를 수행했으며, 무리하게 앞서 나오는 제8군의 선견 부대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력하게 타격했다.
최고 중의 최고
카시노에서 보여준 낙하산병들의 탁월한 전투 행보는 제1낙하산병사단을 군사 역사상 손꼽히는 정예 부대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강인한 전사들이었고, 적의 실수를 즉시 간파해 활용하는 데 능숙했다. 특히 그들이 카시노에서 격퇴한 상대, 즉 인도 제4사단, 뉴질랜드 군단, 영국 제78사단, 미국 보병사단, 그리고 폴란드 제2군단이 모두 그 자체로 정예 부대였다는 점은 이 평가를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 준다.
카시노의 낙하산병들은 끝내 패배하지 않은 모범적인 방어전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들 병사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크레타 전투 이후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그들의 손실은 보충이 불가능했다. 남은 존속 기간이 불과 12개월밖에 되지 않은 제3제국에게는 더욱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