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실크와 끈 사이에서 — 인도 낙하산 훈련기

라왈핀디 교외, 차클랄라

실크와 끈 사이에서 — 인도 낙하산 훈련기

라왈핀디(Rawalpindi) 교외의 차클랄라(Chaklala).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나무가 드물거나 초목이 성긴 산과 언덕, 테라코타 벽돌로 지은 평지붕 집들의 마을, 말라붙은 강바닥, 하늘, 뙤약볕, 기후, 소음, 냄새… 이 모든 중앙아시아 특유의 분위기는 우리 중 일부가 모로코의 페즈(Fez)나 우지다(Oujda) 근처에서 경험했던 것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북쪽으로는 히말라야의 첫 기슭과 카슈미르의 푸른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서쪽으로는 파탄족(Pathan)의 산악 지대, 카불로 이어지는 길, 하이베르 고개(Khyber Pass), 그리고 라왈핀디의 매력적인 ‘캔턴먼트(cantonment, 군 주둔지)’, 유칼립투스 나무가 늘어선 넓은 대로가 있었다.
그리고 평원 한가운데에는 영국 왕립공군(RAF)의 거대한 비행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하루의 반복 훈련

바로 이곳에서 매일 몽구스(mongoose) 문양이 그려진 밴이 우리를 낙하산 훈련장에 데려다 주었다. 매일 아침은 야지 달리기로 시작했다. 전방 굴르기(roll) 동작, 하네스 착용 훈련, 미끄러짐 동작, 도약탑 훈련, 낙하산 접는 작업장과 건조실 견학, 그리고 RAF 천막 아래에서의 점심까지. 오후에는 다시 굴르고, 미끄러지고, 하네스를 조작했다. 비틀어라! 돌려라… 또 굴르기, 연습 점프, “행동 개시(Action stations)! … 출발!”

우리 곁에서는 장군이 직접 이끄는 인도인 낙하산 부대도 똑같이 굴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참고로 영국군은 단 하나의 낙하산만 사용한다. 비상용 가슴 스트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낙하산은 언제나 펼쳐진다. 만약 열리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유머였다 — 언제든지 보관창고 관리인에게 가서 다른 하나를 요청하면 되니까.

허드슨 폭격기에서의 첫 점프

이레나 삼 주일간의 굴르기와 하네스 훈련을 마친 뒤, 우리는 드디어 허드슨(Hudson) 폭격기에 올랐다. 오른쪽으로는 카슈미르가 보였다. 기체 바로 아래로는 가뭄에 갈라진 땅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져 있었고, 집들로 보이는 작은 흰 큐브들, 그리고 강녹색의 커다란 정사각형 — 강하 지역(dropping zone)이 눈에 들어왔다. 조종사 뒤쪽 활대 위에 앉아 우리는 발밑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등불이 켜진다: 행동 개시. 녹색 등불: 점프.

강하 통제관의 친근한 한 번의 밀침… 그리고 우리는 공허 속으로 빠져들었다. 몸은 회전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정적이 우리를 에워쌌다. 우리는 공중에 떠 있었다. 지상의 교관들이 들고 있는 거대한 확성기 소리가 우리를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다리를 모으세요! 비틀어요! 비틀어요!”

훈련받은 대로 흔들림을 재면서 서스펜션 줄을 잡아당겼고… 어느새 우리는 비단과 코드가 뒤엉킨, 우리 눈에는 경이로운 실타래 한가운데 땅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밤에도, 더 빠르게

그다음 며칠간 우리는 강하 준비 기술에 익숙해졌다. 등화 설치, 신호, 강하 지역 선정, 안전 확보, 장비 수송용 컨테이너 다루기… 그리고 ‘다코타(Dakota)’ 수송기를 타고 점프를 거듭하며, 활대가 아니라 문을 통해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어려울 것은 전혀 없었다. 그저 발을 앞으로 내딛으면 될 뿐이다 — 공허 속으로.

우리는 밤에도 뛰었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뛰었다… 하지만 우리는 명예로운 파란 날개(Blue Wings)를 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직 ‘작전’ 중 점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낙하산 부대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서고츠 산맥의 정글 코스

모든 훈련생들은 이제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이송되었다. 서고츠(Western Ghats) 산맥 한가운데, 고아(Goa)와 비슷한 위도, 울창한 삼림 지대 깊숙이 박힌 곳. 작은 짚지붕 대나무 오두막들이 우리 무리를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정글 과정, 즉 거대한 원시림에 몸을 익히기 위해 이곳에 왔다.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사방으로 울창한 덤불과 언덕을 집어삼키는 높은 숲뿐이다. 나무들은 쓰러지고, 구부러지고, 덩굴들은 서로 얽힌다. 땅바닥은 가시 돋친 라탄 덩굴로 덮여 있다.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는 길고 딱딱한 가시를 가진 큰 대나무 숲이 진짜 ‘바다’를 이루어, 사람은 네발로 기어서야 겨우 움직일 수 있고… 옷이 찢어지기 십상이다. 태양은 나뭇잎 사이로 겨우 스며들 뿐. 방향을 잡을 기준점은 없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 내려다보아도 보이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열대림에 뒤덮인 또 다른 언덕들뿐이다. 다만 이 ‘보호구역(reserve)’의 몇 안 되는 드문 마을들 가장자리 개활지나, 좀 더 넓은 강변을 따라서는 새들, 앵무새, 사냥감이 눈에 띄었다. 정작 숲속에는 소리도, 꽃도 없고, 새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나무를 베어 오두막을 짓다

우리는 대나무를 베어 쪼개고 평평하게 다듬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판자들은 지붕 아래 바닥과 벽 역할을 했다. 덩굴로 들보와 서까래를 묶어 올렸고, 지붕을 덮기 위해 ‘코끼리 풀(elephant grass)’을 한아름씩 모아 왔다.

그러나 대나무 군락을 개간하는 일은 지독하게 힘든 작업이었다. 하나의 군락에는 땅에서부터 30미터 높이까지, 길고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열 개 남짓한 줄기가 서로 빈틈없이 얽혀 있었다. 버마식 대곡도인 ‘다(dah)’로 줄기를 베어내도 대나무는 쓰러지지 않는다. 당겨보고 밀어봐도 소용이 없다. 결국 군락 전체를 잘라내는 수밖에 없다. 사소한 발걸음의 실수조차 위험하다. 대나무 파편은 살을 깊게 찢고, 이 기후에서는 그 상처가 금세 곪아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