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33. 요가야르타에서의 식량 검색

33. 요가야르타에서의 식량 검색

라왓 잘란(Rawat Jalan)

우리는 밀가루, 식용유, 우유, 채소를 사야 한다는 뜻을 안토 씨에게 전하고 마트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우리 손에는 버터 기름(기)과 밀가루가 아주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날 저녁은 물론 앞으로 3일 동안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는데, 남은 재료로는 턱엔 부족한 형편이었다. 다행히 양념류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안토 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우리를 대형 쇼핑몰로 데려가기로 했다. 쇼핑몰에 다다랐을 무렵, 아버지의 시선이 로마자로 큼직하게 'RAWAT JALAN'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에 꽂혔다. 아버지는 곧바로 추측하기를, 인도 조드푸르(Jodhpur)의 어떤 아그라왈(Agarwal) 가문이 성씨인 '잘란(Jalan)'을 쓴다는 점을 들어, 이곳 역시 조드푸르 출신 아그라왈 가문이 운영하는 가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조드푸르에는 말리(Mali) 계급이 운영하는 '라왓(Rawat)'이라는 유명한 단맛 과자 가게도 있다.

아버지는 어쩌면 조드푸르의 아그라왈 가문과 말리 가문이 함께 이 가게를 차렸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어보면 요가야르타에서 밀가루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자바어로는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이 너무 붐벼서 결국 비제이(Vijay) 혼자만 그 가게에 들어갔다. 비제이가 들어가 보니 그곳은 의약품을 취급하는 커다란 매장이었다. 비제이가 직원들에게 '라왓'과 '잘란'에 대해 물었지만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인도네시아어에서 '라왓 잘란'은 '입원 환자 거리'라는 뜻이었다. 즉 그 단어들이 가리키는 것은 대형 약국이었던 것이다.

대두유와 밀가루 발견

안토 씨가 마침내 데려다 준 곳은 규모가 상당한 종합 매장이었다. 매장 안에는 길고 긴 선반이 수백 개나 늘어서 있었고, 그곳에서는 생활용품은 물론 채소와 과일, 생선, 달걀, 포장된 과일까지 두루 팔고 있었다. 우리는 이 거대한 매장 안에서 밀가루와 식용유를 찾기 시작했다. 몇몇 직원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무도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선반 곳곳에서 코코넛 오일과 해바라기유를 발견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제품들에 새우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림의 의미는 이 기름으로 새우를 튀길 수 있다는 표시였겠지만, 새우가 그려진 기름을 어찌 사서 쓸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어떤 직원에게 밀가루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나마 다행히 그 직원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그가 가리켜 준 선반에서 포장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쌀가루였던 것이다. 쌀가루로는 인도식 납작빵인 로티(roti)를 만들 수 없었다. 나는 완전히 낙심한 채 그 자리를 돌아서려는데, 문득 선반 위에 놓인 한 포장이 눈에 들어왔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고, 그 순간 기쁨에 벌떡 뛰어올랐다. 바로 '밀가루(Wheat Flour)'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값이 얼마가 되든 반드시 사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그 거대한 매장 전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밀가루 한 봉지였다. 우리는 또한 우유, 감자와 양파, 토마토, 그리고 몇 가지 과일도 구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기름 하나뿐이었다.

결국 우리는 새우나 생선 따위의 그림이 전혀 없는 코코넛 오일 한 통을 사기로 결정했다. 내가 그런 조건에 맞는 포장을 고르고 있던 참에, 갑자기 비제이의 시선이 한 선반에 꽂혔다. 그곳에는 1리터 용량의 대두유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이런 곳에서 대두유를 발견하다니,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평소 아버지는 대두유를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셨지만, 이 순간만큼은 대두유가 그 어떤 축복보다 귀하게 느껴졌다.

사흘 치 식량 준비

이렇게 해서 우리의 탐색은 끝이 났다. 아파트에 돌아온 후 우리는 어제처럼 안토 씨에게 차를 대접했다. 그에게 차를 마시는 일은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그날 하루의 비용을 지불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와 달라고 부탁한 뒤 안토 씨를 배웅했다.

이후 마두(Madhu)와 바누(Bhanu)는 4월 21일, 22일, 23일 사흘 치 저녁 식사 준비에 착수했다. 이 중 4월 21일은 기차 안에서, 22일은 호텔에서, 23일은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채식 음식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두가 우리가 산 밀가루 봉지를 열어 살펴보니, 입자가 아주 고운 밀가루였다. 마두는 그 밀가루를 우리가 가지고 있던 밀가루와 섞었다. 덕분에 이틀 반 정도는 푸리(puri, 튀긴 납작빵)를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셋째 날 밤 10시 30분이면 델리에 도착해야 했다. 푸리를 튀겨 낸 후 마두는 감자 몇 개를 삶아 따로 보관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는 냉장고나 에어컨이 켜진 방에 두면 이틀 반은 썩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여기에 날양파, 붉은 토마토, 소금에 절인 부지아(bhujia)까지 곁들이면 훌륭한 반찬거리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