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십자군 전쟁: 시대마다 새롭게 쓰여온 풍부한 역사

십자군 전쟁: 시대마다 새롭게 쓰여온 풍부한 역사

베르사유 궁전의 십자군 전쟁 전시실은 루이필리프 국왕이 구상하여 1843년 개관한 '프랑스의 모든 영광'을 기리는 박물관의 일부다. • WIKIMEDIACOMMONS

십자군 전쟁은 중세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역사의 대상인 동시에 집단적 기억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그 시의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이 주제는 각종 이념 담론에 스며들고, 인터넷에서는 뜨거운 논쟁과 찬반 논란을 낳으며, 학계 바깥에서도 왜곡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되곤 한다.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긴장감을 그대로 반영하는 십자군 전쟁은 폭넓은 독자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양의 학술 연구서, 교양서, 소설이 그 증거다.

따라서 십자군은 더 이상 학계만의 전유물이 아닌 주제이면서도, 지난 수십 년간 연구 방법론이 근본적으로 혁신된 분야이기도 하다. 십자군에 관한 학술적 성과를 모두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기서는 프랑스어로 된 몇 가지 중요한 이정표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십자군 전쟁의 현대적 역사 서술을 논할 때 르네 그루세(René Grousset)가 1934년부터 1936년 사이에 펴낸 『십자군과 예루살렘 프랑크 왕국의 역사』는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다만 이 저작은 19세기 프랑스의 식민지 확장을 예고한 사업으로, 1920년대부터 레반트 지역에서 프랑스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던 이전 세기 역사학 경향의 마지막 산물 중 하나다. 1991년 이후 여러 차례 재출간된 이 고전은 귀중한 학술적 종합서인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십자군관을 보여주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관점

1945년 이후 유럽 식민주의가 쇠퇴하면서 십자군은 더 이상 매혹의 대상이 아니라 비난과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스티븐 런시먼(Steven Runciman)이 1951년부터 1954년 사이에 출간한 『십자군 전쟁사』(A History of the Crusades)는 근동 문화를 재평가하고 비잔틴과 무슬림 쪽 자료와 관점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기존 서술과 결별했다. 2006년에야 프랑스어로 번역된 이 저작은 지금도 일반 독자를 위한 대표 참고서로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부터 조나단 라일리스미스(Jonathan Riley-Smith)의 연구는 십자군 개념을 중동 원정 너머로 확장하며 연구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독교 세력에 의한 레콩키스타(재정복 운동), 카타리파와 후스파 이단에 대한 탄압, 발트 지역의 기독교화, 나아가 17세기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까지 모두 십자군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1987년 출간된 『십자군』(The Crusades, 1990년 프랑스어 번역)과 『십자군 아틀라스』(Atlas of the Crusades, 1996)에서 잘 드러난다.

십자군과 관련된 정신사와 이데올로기 역시 이제 훨씬 잘 알려져 있다. 장 리샤르(Jean Richard)의 『십자군의 정신』(1969), 장 플로리(Jean Flori)의 『제1차 십자군: 기독교 서양과 이슬람』(1992), 『은둔자 피에르와 제1차 십자군』(1999), 『성전: 기독교 서양에서 십자군 개념의 형성』(2001), 그리고 에마뉘엘 시반(Emmanuel Sivan)의 『이슬람과 십자군』(1968) 같은 저작들이 이러한 측면에 빛을 던져 준다.

확장되는 자료와 연구

한편 라틴인들의 중동 정착과 십자군과 무슬림 간의 관계 문제는 1940~50년대 프랑스에서 클로드 카앙(Claude Cahen)과 장 리샤르(Jean Richard)에 의해, 이어 1970년대부터 미셸 발라르(Michel Balard)에 의해 기초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카앙의 『십자군 시대의 동방과 서방』(1983)과 발라르의 『십자군과 라틴 동방(11~14세기)』(2001)은 일반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종합서다.

카앙의 연구에 힘입어 이슬람 세계를 연구하는 역사가들도 이 주제를 받아들였는데, 프랑수아즈 미셰(Françoise Micheau)와 앙마리 에데(Anne-Marie Eddé)가 대표적이다. 보다 최근에는 아베스 주아슈(Abbès Zouache)의 연구가 '공유된' 십자군사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시리아의 군대와 전투(1098~1174): 라틴 및 아랍 중세 연대기의 비교 분석』(2008)에서 중세 사회에 전쟁 문화가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강조한다.

오늘날 십자군의 경제·정치·문화·사회적 측면에 관한 연구는 텍스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매우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며, 고고학, 화폐학, 문학, 법학 등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중세사의 핵심 현상인 십자군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획기적으로 새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