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중국에서 쓰고, 인쇄하고, 새기다 — 고대 중국의 기록 문화와 인쇄술

중국에서 쓰고, 인쇄하고, 새기다 — 고대 중국의 기록 문화와 인쇄술

제지(製紙) • WIKIMEDIA COMMONS

제지(製紙): 종이의 발명

중국에서 글을 쓰는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뼈·청동·대나무·나무 판 같은 재료에 의존하면서 그 발전이 더디었다. 비단은 글쓰기에 훨씬 적합한 재료였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기원전 5세기부터 주로 귀중한 기록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기원전 2세기 무렵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대마나 대나무 같은 식물 섬유를 물에 충분히 불린 뒤 체 위에 얇게 펴서 말리면, 가볍고 다루기 쉬우며 값도 저렴한 이상적인 필기 재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종이는 이후 중국의 지식과 문화가 널리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서기 1세기 말에는 궁정의 환관이었던 채륜(蔡倫)이 재료 배합과 제조 공정을 체계적으로 개량하여 종이의 품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의 개량 덕분에 종이는 본격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목판인쇄(木版印刷): 손쉬운 조각 기술

고대 중국인들은 일찍부터 비석이나 인장에 글자를 새기는 여러 조각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8세기부터 가장 널리 유행한 방식은 목판인쇄, 즉 목판화(木版畵) 기법이었다.

이 기법은 먼저 글자가 쓰인 투명한 종이를 나무 판에 붙여 글자의 윤곽을 옮긴 다음, 그 흔적을 따라 거꾸로 새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완성된 판의 표면에 먹을 골고루 칠하고 흰 종이를 얹어 누르면, 하나의 인쇄물이 완성되었다. 같은 판으로 수백 장을 찍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불교 경전 등 대량 복제가 필요한 분야에서 특히 큰 힘을 발휘했다.

활자의 발명자, 비승(畢昇)

활판 인쇄술은 11세기 송나라의 비승(畢昇)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는 도자기로 만든 개별 활자를 쇠로 된 틀 안에 배열하는 방식을 고안했으며, 활자들은 발음에 따라 정리되어 있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조합할 수 있었다.

약 1450년경 유럽에서 구텐베르크가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금속 활판 인쇄술을 발전시키면서 인쇄 혁명이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슷의 발명이 얼마나 앞선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한자의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활판 인쇄는 모든 글자를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하는 부담이 컸고, 그 결과 대규모 출판 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