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트빌쉬로동(Bretteville-sur-Odon)의 독일군 대공 방어 진지에서 발굴된 탄약고. 참호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고고학은 점차 우리 시대로 다가서며 제2차 세계대전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Luftwaffe)가 구축한 요새화된 진지에 대한 이번 발굴 조사다. 1941년 독일군은 노르망디 지방 카앙(Caen) 남서쪽에 위치한 브레트빌쉬로동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은 카르피케(Carpiquet) 방어 비행장의 경계 안쪽에 해당하는 요충지였다.
독일군은 이곳에 해당 지역의 대공 방어와 카르피케 시설 보호를 담당하는 진지를 구축했다. '슈튜츠펑크트 브레트빌(Stützpunkt Bretteville)', 즉 "브레트빌 거점"이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 진지에는 독일의 대공 방어 부대인 플라크(Flak) 소속 여러 부대가 주둔했다.
대포와 식기
이런 시설의 운영 기록은 매우 드물다. 항공부 장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이 종전 무렵 루프트바페의 모든 문서를 파기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안에서 15km 떨어진 내륙에 위치한 이 대서양 방벽(Atlantic Wall) 후방 거점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특히 큰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 국립 예방고고학연구소(Inrap)의 고고학자들은 예방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쪽 지역에서는 석회암을 사용해 반지하식 대피호와 축조물을 갖춘 포대가 설치되어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북쪽에서는 병력의 생활 공간이나 물품 저장고로 쓰인 구덩이들이 발견되었다. 이곳에서는 금속제 침대틀, 루프트바페 특유의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규격 식기, 수비대 병사들이 사용한 병 등 귀중한 유물들이 다량 출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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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형태의 구덩이도 발굴되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 영국·캐나다 연합군이 이곳을 잠시 사용한 흔적이 뚜렷한데, 헬멧과 탄약이 출토되었고 진지 인근에서 격추된 비행기의 잔해도 발견되었다. 다만 이 기체가 연합군 소속인지 독일군 소속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군은 1944년 7월 초 이 진지에서 철수했다. 이후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이 구덩이들은 카앙 시 폭격으로 발생한 잔해를 처리하는 매립장으로 활용되었다. 파괴된 가옥의 가재도구, 즉 식기와 차량, 가게 간판 등이 이곳으로 실려 와 흙 속에 묻혔고, 부지가 다시 경작되면서 땅속 깊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 이 유물들이 다시 빛을 보며, 도시가 겪었던 한 비극의 순간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