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력이 무기가 되는 순간: 맥주병으로 승부한 영국 용사
충분한 상상력과 기지만 있다면 어떤 것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는 실제 역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 윌리엄 스피크먼(William Speakman)은 탄약마저 바닥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빈 맥주병을 무기 삼아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저지했고, 영국 최고 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Victoria Cross)을 받았다.
'빌 빅(Big Bill)'이라 불리던 청년
스피크먼은 1927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싶어 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스스로 지원하여 아시아로 향하는 영국 원정군에 합류했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큰 덩치 덕분에 동료들 사이에서는 '빌 빅'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1951년 11월, 고지대에 몰려온 인파
1951년 11월, 스피크먼은 명성 높은 스코츠 보더러스(Scots Borderers) 연대 소속으로 참호 안에서 중공군의 새로운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공군의 포탄은 끊임없이 영국군 진지를 두들겨 패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천 명이 내지르는 함성이 계곡을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적이 장악한 반대편 고지에서 거대한 인파가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적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스피크먼의 대대로서는 이 규모의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수류탄이 다하자, 맥주병이 나섰다
그러나 스피크먼을 비롯한 몇몇 용감한 영국 병사들은 '최선의 방어는 반격'이라고 판단했다. 수류탄을 투척하며 전투 위치를 벗어나 맞반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수류탄이 모두 떨어졌는데도 중공군의 인파는 멈추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우뚝 선 스피크먼이 마지막으로 꺼낸 '비밀 무기'는 빈 맥주병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온 힘을 다해 맥주병을 연신 던졌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맥주병 세례를 맞은 스피크먼은 적진에 혼란과 공포를 퍼뜨렸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동료들의 투지를 되살려냈다. 사기가 충전된 영국군이 필사적으로 맞서싸우면서 결국 공격은 완전히 격퇴되었다. 귀국한 스피크먼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친히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여했다.
평생을 전장에 바친 삶
영웅이 된 후에도 스피크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조국을 위해 계속 복무했으며, 이후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덴 등 분쟁 지역을 전전하며 군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2018년 7월 20일 영예로운 삶을 마무리하며 세상을 떠났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군 보병과 전차 부대.

노년의 윌리엄 스피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