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질 운명처럼 보이던 작은 공국의 옥좌에 앉게 되었지만, 훗날에는 지구 육분의 하나를 통치하는 나라를 건설한 가문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로마노프 가문입니다. 약 300년에 걸친 통치 기간 동안 로마노프 왕조는 매년 평균 5만 제곱킬로미터씩, 즉 10년마다 프랑스 국토 하나만 한 크기의 영토를 러시아 제국에 더해갔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가 된 러시아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셈입니다.
1613년, 폐허가 된 모스크바로 향한 젊은 차르
모든 것은 1613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 귀족들의 대표단이 명문 귀족 가문 출신의 한 십대 소년 앞에 나타나, 시달리고 있던 조국을 구원해 달라고 간청한 것이 발단입니다. 당시 모스크바 대공국은 폐허가 된 상태였고, 스웨덴·폴란드·타타르의 연합 공격에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젊은 미하일은 마침내 모스크바 군주들의 상징인 철홀을 받아들였습니다.
웅장한 역사와 생생한 일화가 공존하는 서사
러시아사의 권위자 시몬 세바그 몽테피오리(Simon Sebag Montefiore)는 거의 7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통해 로마노프 가문의 사가를 들려줍니다. 그의 필체 아래에서 웅장한 역사는 일화를 배제하지 않으며, 학문적 깊이 역시 이야기꾼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전쟁과 조약 등 '큰 정치'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모스크바 궁정의 풍습, 왕가를 찢어놓은 내부 권력 다툼, 크렘린을 차례로 거쳐간 차르와 여제들의 기행에 이르기까지 읽을 거리가 풍성합니다.
20명의 통치자, 잊히지 않는 인물들
로마노프 왕조의 20명의 통치자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표트르 대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고 러시아를 유럽으로 돌려 세운 개혁군주였지만, 쿠데타를 꾀했다고 의심된 친아들을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잔혹한 면모도 지녔습니다.
예카테리나 2세
독일 공주로 태어나 표트르 3세와 결혼했으나, 남편을 제거하고 스스로 러시아의 옥좌에 오를 만큼 뛰어난 수완가였습니다. 그녀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크림반도를, 폴란드로부터 영토 일부를 얻어 러시아의 판도를 한층 넓혔습니다.
알렉산드르 2세
중앙아시아를 병합하고 농노제를 폐지한 개혁의 주역이었으며, 정부(情婦)들에게 보낸 놀랄 만큼 노골적인 연애편지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11번의 암살 시도를 무사히 넘겼지만, 결국 혁명가들이 던진 폭탄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전 러시아의 차르'는 위험한 직업
'전 러시아의 차르'는 실로 목숨을 건 직업이었습니다. 로마노프 가문의 역사를 짓누른 수많은 살인 사건들은, 1918년 볼셰비키의 총탄 아래 그 혈통이 마침내 끊어지기 훨씬 전부터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도서 정보
『로마노프: 1613–1918』(The Romanovs. 1613–1918)
저자: 시몬 세바그 몽테피오리
출판: Calmann-Lévy, 2016
660쪽 / 27.9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