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미케네 문명: 펠로폰네소스반도를 지배한 그리스 청동기 시대의 강자

미케네 문명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아르골리스 지역에 자리한 요새 도시 미케네를 중심으로 발전한 고대 문명입니다. 앞선 크레타 문명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의미에서 '크레토-미케네 문명'이라고도 불리며, 기원전 1600년경부터 기원전 1104년경까지 존속했습니다. 이 문명은 북쪽에서 남하한 도리아인의 침입으로 인해 결국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미케네 외에도 주요 문화 중심지로는 미케네 남쪽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티린스, 그리고 소아시아(아나톨리아)의 헬레스포트 해협 인근에 자리한 트로이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아가멤논 왕의 전설적인 도시로 알려진 미케네는, 19세기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을 통해 실재했던 문명임이 입증되었습니다.

1. 상업 활동

미케네 문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지중해 연안 여러 민족을 연결하던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바로 무역이 교류의 통로이자 물질·문화적 교환의 핵심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주요 수출품은 포도주, 올리브유, 그리고 구리와 청동으로 만든 공예품이었으며, 지중해 곳곳에는 미케네 문명과 접촉하거나 어쩌면 크레토-미케네인들의 지배를 받았던 외국인 공동체가 거주하기도 했습니다.

동쪽 방향

소아시아 연안을 따라 밀레토스 도시가 부러울 정도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북부 시리아에서는 우가리트(오늘날의 라스 샴라)가 미케네의 상업 거점 역할을 했습니다.

서쪽 방향

남부 이탈리아까지 세력을 확장해 타라스(오늘날 타란토)에 거류지를 세웠고, 이후 시칠리아, 사르데냐, 프랑스 해안을 거쳐 스페인까지 진출했습니다.

남쪽 방향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위치한 이집트는 미케네 수출품에 있어 훌륭한 시장이었습니다.

무역의 증거가 보여주는 교역망

당시의 광범위한 교역망은 다음과 같은 자료들로 확인됩니다.

  • 시리아: 구리와 주석
  • 스페인: 주석과 은
  • 사르데냐: 은
  • 이집트와 누비아: 금
  • 발트해 연안 국가들: 호박
  • 키프로스: 구리
  • 아프리카 남부: 상아

또한 이 시기에 잉글랜드 남서부의 오래된 주석 광산이 가동되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 문화 발전

미케네 문명은 많은 면에서 크레타 문화의 요소를 계승했지만, 동방의 민족들과 접촉하면서 자신들만의 최고 문화적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2.1 건축

미케네는 장대한 키클롭스식 성벽으로 유명합니다. 주요 출입구인 사자문(Lion Gate)은 문설주 위에 얹힌 판석으로 명명되었는데, 이 판석에는 기둥을 사이에 두고 좌우 대칭으로 두 마리의 사자가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후대 사람들은 이 거대한 축조물이 인간의 손으로 지어졌다고 믿기 어려워했고, 그래서 이마 한가운데 눈이 하나 박힌 신화 속 거인 키클롭스의 작품이라 여겼습니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거대한 돔형 무덤들은 당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궁륭(볼트) 구조물로, 무려 1000년 뒤 로마인들이 이 모델을 본떠 판테온을 건설했습니다.

미케네인들은 산지 위에 아크로폴리스(성채)를 세워 궁전이자 신전으로 활용했으며, 궁륭과 박공지붕(두 경사 지붕)을 도입한 특징은 고전 그리스 시대까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2.2 도자기

크노소스가 함락된 이후 예술의 주도권은 미케네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미케네의 예술가들은 크레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취향이나 장식 모티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으며, 금속공예를 비롯한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3 문자

점토판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기록 보관소가 발굴되었습니다. 영국의 마이클 벤트리스와 존 채드윅은 기원전 15세기에 널리 쓰이던 음절 문자, 이른바 '선형문자 B'(더 오래되고 원시적인 미노아 상형문자인 선형문자 A와 구별됨)의 비밀을 해독했습니다. 그 결과 이 비문의 언어가 그리스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는 수백 년 뒤 플라톤과 호메로스가 사용한 것과 동일한 언어였습니다.

2.4 종교

미케네인들은 올림포스의 수많은 신들을 숭배했는데, 이는 후대에 이어진 신들과 동일합니다. 대표적으로 아테나, 포세이돈, 페안(아폴론), 에니알리오스(아레스), 제우스, 헤라, 그리고 디오니소스가 있습니다. 특히 디오니소스에 관해서는 호메로스가 그를 올림포스에 자리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신이 동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찬란한 문명은 기원전 12세기 도리아인들이 펠로폰네소스를 침공하면서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