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호흐 운트 도이치마이스터(Hoch und Deutschmeister) 보병연대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 중 하나다. 1696년부터 1945년까지 활동한 모든 전장에서 무기를 명예롭게 지켜낸 이 연대의 뿌리는 1190년 창설된 튜턴 기사단(Teutonic Knight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튜턴 기사단의 후예, 연대의 창설
1696년, 팔츠 백작이자 노이부르크 공작이며 튜턴 기사단 총장을 겸임하던 프란츠 루드비히(Franz Ludwig)는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투입할 '호흐 운트 도이치마이스터' 보병연대의 창설을 결정했다.
연대는 오스트리아군의 표준 편제에 따라 조직되었다. 3개 대밴으로 구성되어 각 대대는 머스킷병 4개 중대씩, 즉 총 12개 중대와 별도로 척탄병 2개 중대를 두었다. 연대는 당대 최고의 명장인 사보이 공 유진(Prince Eugene of Savoy)의 군대에 배속되어 센타(Zenta) 전투에 참가했고, 여기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오스만 대군을 격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의 활약은 기록이 미미하며, 이 시기 연대는 헝가리 전선에서 투르크를 감시하는 방어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1717~18년 투르크에 대한 군사 작전에 다시 참전한 연대는 특히 베오그라드 탈환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1740~48)에 참전하면서 합스부르크 군대를 대표하는 최정예 부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콜린 전투의 영웅
7년 전쟁(1756~63) 기간에도 연대는 참전한 모든 작전에서 뛰어난 전과를 올렸다. 특히 1757년 콜린(Kolin) 전투에서는 그때까지 무적이라 불리던 프리드리히 대왕의 프로이센군을 격파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769년부터 오스트리아 육군의 모든 연대에 번호가 부여되면서 이 부대는 '제4 보병연대 호흐 운트 도이치마이스터(4th HuD)'로 명명되었다. 그동안의 누적된 공로를 인정받아 수도 빈의 근위 임무를 맡게 되었고, 심지어 합스부르크 황실의 후손들조차 이 연대에 입대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연대는 1788~90년 다시 투르크와 교전했으며, 1788년 베오그라드 전투에서도 한 번 더 이름을 떨쳤다.
나폴레옹 전쟁, 역사의 한복판에서
프랑스 혁명 전쟁과 나폴레옹 전쟁은 이 연대가 진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시기였다. 단 23년 동안 무려 90회가 넘는 전투에 참전한 것이다. 나폴레옹이 최종적으로 몰락한 후, 연대는 오스트리아 제국을 대표하여 파리에서 열린 연합국 승리 기념 행사 행진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다.
1849년에는 저명한 라데츠키(Radetzky) 원수의 지휘 아래 헝가리 혁명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도 용맹하게 싸워 쾨니히그레츠(Königgrätz) 대전투에 참전했다. 1904년에는 연대 군악대가 미국 세인트루이스 국제 박람회에 파견되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위상을 알리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피비린내 나는 동부 전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연대는 동부 전선에 투입되어 러시아군과 혈전을 벌였으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지휘관 중 한 사람이던 폰 홀스하우젠(von Holshausen) 남작 대령은 1915년 전장에서 전사했다. 연대는 러시아가 항복할 때까지 동부 전선에 남아 있다가, 이후 종전까지 이탈리아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연대의 마지막
군주제가 붕괴한 후에도 연대는 오스트리아 육군에서 계속 복무했다. 1938년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병합되면서 연대는 '제134 보병연대'로 개칭되고 독일 국방군 제44 보병사단에 배속되었다. 1939년 폴란드 침공과 1940년 프랑스 침공에 참전한 뒤, 계획되었던 영국 상륙 작전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으나 이 작전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연대는 소련 침공(바르바로사 작전)에 투입되었다. 소련군 60만 명 이상이 포로로 잡힌 키예프 대포위전에 참가했고, 독일군을 스탈린그라드 앞까지 진격시킨 1942년 대공세에도 함께했다. 그러나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 제6군이 포위 섬멸되면서 제44 사단과 제134 연대는 완전히 궤멸하는 비극을 맞았다.
스탈린그라드의 참패 후 연대는 재편성되어 '제134 척탄병연대'로 개칭되었고, 되살아난 '제44 척탄병사단 호흐 운트 도이치마이스터'에 배속되었다. 사단은 이탈리아 전선으로 파견되어 이스트리아와 남티롤 지역에서 이탈리아군의 무장 해제 작전을 수행했다.
1944년에는 헝가리로 이동하여 소련군의 압도적인 공세를 저지하려 했다. 연대는 1945년까지 독일 남부에서 저항을 계속했으며, 종전 무렵 남은 생존자들은 서쪽으로 이동해 영국군과 미군에게 항복함으로써 250년에 달하는 연대의 긴 역사에 막을 내렸다.
사진으로 보는 연대의 군복 변천사
1696년 당시 연대의 장교와 머스킷병.
1710년 당시 연대의 장교와 머스킷병.
7년 전쟁(1756~63) 당시 연대의 장교들과 척탄병.
1769~1798년 사이에 사용된 군복을 입은 연대의 척탄병과 군악대원들.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장교와 병사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연대의 소총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