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커 타이푼(Hawker Typhoon)은 원래 명성 높은 호커 허리케인 전투기의 후속 기종으로 설계되었습니다. 20mm 기관포 4문을 장착하고, 2,200마력짜리 네이피어 세이버(Napier Sabre) 24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 시속 652km를 낼 수 있었으며, 최대 상승 고도는 10,360m에 달했습니다.
스핏파이어를 능가하는 성능,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
타이푼의 작전 반경은 820km에 이르렀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유명한 스핏파이어보다도 우수한 성능을 지닌 기체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용 결과 고고도에서는 기대만큼 좋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근접 지원기로 활용하기로 방침이 바뀌게 됩니다.
그리서 조종사들이 애칭으로 '티피(Tiffie)'라고 불렀던 이 항공기는 전투폭격기로 개조되었습니다. 기본 무장인 20mm 기관포 4문에 더해, 500파운드 폭탄 2발 또는 1,000파운드 폭탄 1발을 장착할 수 있었고, 양쪽 날개 아래에 각각 4발씩 총 8발의 로켓탄을 달고 출격할 수도 있었습니다.
독일 전차부대의 공포가 되다
바로 이 근접 지원 전투기 역할에서 타이푼은 역사적인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독일 전차병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당시 '정어리 통'이라 조롱당하던 티거 같은 거구 전차조차 타이푼의 로켓 앞에서는 손쉽게 파괴될 수 있었습니다.
타이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그 이후의 지상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다만 초저고도 비행 특성상 독일군의 집중 대공포화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손실도 적지 않았습니다. 노르망디 상공에서만 150명이 넘는 타이푼 조종사가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1944년 6월 10일: 독일 기갑사령부 궤멸 작전
1944년 6월 10일, 프랑스에 배치된 독일 기갑부대 사령부를 완전히 파괴한 주역도 바로 4개 타이푼 비행대대였습니다. 40대의 타이푼이 고도 불과 600m까지 접근해 로켓 136발을 일제히 발사한 것입니다. 이 공습으로 사령부가 궤멸하면서 독일 기갑부대는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에 대한 제때의 개입이 어려워졌습니다.
1944년 8월 7일: '타이푼의 날'
1944년 8월 7일, 프랑스 모르탱(Mortain)에서 독일군은 주력 기갑전력을 총동원해 패튼(Patton) 장군의 부대를 향해 대규모 반격을 감행합니다. 즉시 두 대의 타이푼이 해당 지역으로 출격했고, 두터운 구름에 덮인 하늘 아래에서도 약 300대의 전차와 차량으로 이루어진 독일군 종대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곧바로 한 대는 선두 전차를, 또 한 대는 종대 맨 끝의 전차를 정확히 격파해 적 부대를 진퇴양난의 처지로 몰아넣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이날이 '타이푼의 날(Typhoon Day)'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8월 7일 저녁까지 타이푼들은 총 294소티를 출격해 로켓 2,088발과 폭탄 75톤을 독일군 진영에 쏟아부었습니다. 결국 독일군 종대는 궤멸했고, 반격은 시작도 제대로 못 해보고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타이푼의 강력한 일격이 승패를 가른 결정적 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