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낙하산에 매달린 채 권총으로 적기 격추… 역사상 가장 황당한 공중전

낙하산에 매달린 채 권총으로 적기 격추… 역사상 가장 황당한 공중전

미국 조종사 오언 배젯(Owen Badgett)이 버마의 다리를 향해 B-24 리버레이터 폭격기를 몰고 날아갈 때, 곧 자신에게 벌어질 기이한 사건을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인도에서 출격한 폭격 임무

배젯은 미 육군 항공대에 입대하여 1942년 소위 계급으로 임관했습니다. 이후 인도에 주둔한 제7폭격비행단(7th Bombardment Squadron)으로 배치되었고, 그곳에서 미군 폭격기들은 일본이 점령한 버마 지역의 목표물들을 공습했습니다.

12대의 B-24, 그리고 13대의 일본 전투기

1943년 3월 31일, 배젯이 속한 편대의 B-24 12대가 정글 위를 날며 삐인마나(Pyinmana) 철교를 폭격해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일본 육군 제64비행연대 소속 키43(Ki-43) 전투기 13대가 나타나 미군 폭격기들을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젯의 기체는 연료탱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불타며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부조종사

승무원들은 낙하산으로 탈출했지만, 부조종사였던 23세의 배젯은 기수 기관총을 쏘며 적을 막는 마지막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일본군은 낙하산으로 내려오던 미군 승무원들까지 공격해 두 명을 살해했습니다. 배젯 역시 일본군의 사격을 피해 급히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 전투기 한 대가 속도를 줄이며 그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권총 대 전투기, 믿기 힘든 결말

일본 조종사는 기체의 캐노피를 열고 상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마 공격 직전 목표물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겠지요. 하지만 배젯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M1911 권총을 뽑아 들고 일본기 향해 네 발을 발사했습니다.

일본 전투기는 즉시 지면을 향해 추락했습니다. 함께 격추되었던 해리 멜턴(Harry Melton) 대령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한 일본 조종사의 머리에는 총알 구멍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멜턴 대령은 이후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증언은 의심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기가 추락한 데 대한 다른 논리적인 설명은 없습니다. 물론 조종사가 심장마비 등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요.

포로 생활과 평온한 말년

배젯은 무사히 지면에 도착했지만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종전까지 억류 생활을 보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공군에 남아 대령 계급으로 예편했으며, 이후 민간 분야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는 200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낙하산에 매달린 채 권총으로 적기를 격추한 유일한 조종사'라는 독보적인 명성을 영원히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낙하산에 매달린 채 권총으로 적기 격추… 역사상 가장 황당한 공중전
낙하산에 매달린 채 권총으로 적기 격추… 역사상 가장 황당한 공중전

오언 배젯(Owen Badg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