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 인간은 자신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었음을 직감한다. 인생의 절정이든 끝이든, 그 순간이 다가왔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피투성이 참호 속에서 수많은 병사들은 이른바 '제6감각'이라 불리는 것을 갖게 되었다. 곧 찾아올 행운이든 불행이든 미리 감지하고,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마쳤던 것이다.
솜 전투, 서부전선 최대의 공세
1916년 7월 1일, 영국군은 서부전선 솜(Somme) 강 일대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개시했다. 그 전선에는 노섬벌랜드 퓨질리어스(Northumberland Fusiliers) 제27연대 소속 존 스콜런(John Scollen)도 있었다. 공격 며칠 전인 6월 27일, 영국 포병대의 포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스콜런은 아내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늙은' 나이에 입대한 병사
스콜런은 1874년 잉글랜드 노섬벌랜드의 던턴 번(Denton Barn)에서 태어났다. 많은 형제자매를 둔 가정에서 자란 그는 1902년 크리스티나 존슨(Christina Johnson)과 결혼해 일곱 명의 자녀를 두었다. 1914년 10월 28일 군에 입대한 그는 솜 전투가 시작될 무렵 이미 '늙은' 나이였다. 독일군 진지에 대한 며칠간의 집중 포격 끝에 이번 공격이 '군사적 산책'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보장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가올 전투가 얼마나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것일지 짐작하고 있었다.
아내와 일곱 자녀에게 보내는 고별사
그래서 스콜런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슬픔으로 여러분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지금 무시무시한 독일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하느님의 뜻에 따라 내가 죽게 된다면 나는 국왕과 조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다 쓰러지는 것이며, 하느님이 나를 공정하게 심판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과 헤어지는 것이 몹시 힘들지만, 사랑하는 티나(Tina), 나는 마음이 평온합니다. 내가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과 성모님이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의무를 다하는 병사를 위해 조국 역시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티나, 당신은 훌륭한 아내이자 어머니였습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을 잘 돌봐 주세요. 조(Joe), 잭(Jack), 티나, 애기(Aggie), 쌍둥이 노라(Nora)와 휴(Hugh), 그리고 태어날 때 단 한 번 본 것이 기쁨이었던 우리 막내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이 위험한 상황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의무를 수행할 것이며, 만약 내가 죽는다면 하느님의 영광 안에서 죽는다는 것을 알아달라. 친구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전해 달라.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아이들, 여러분께 더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작별을 고하며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잘 가거라, 잘 가거라. 기도 속에서 나를 기억해 달라."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만, 하느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노섬벌랜드 퓨질리어스 제27연대의 충성스러운 병사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존 스콜런. 너무 사랑하지만, 울지 말기를."
전투 첫날 전사, 이름만 남은 병사
존 스콜런은 솜 전투 첫날 전사했다. 그는 그날 발생한 영국군 사상자 약 5만9천400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솜 전투 첫날은 영국군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비참한 하루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시신은 끝내 신원이 확인되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그 지역의 위령비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추모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