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출신 역사가이자 미국 콜로라도 메사대학교(MESA University)의 티머시 와인가드(Timothy Winegard) 교수의 신간 『모기: 인류를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포식자의 역사(Mosquito: A Human History of Our Deadliest Predator)』(더튼 출판사, 2019)는 모기가 매개하는 각종 질병이 인류 역사에 남긴 숨겨진 그러나 지대한 영향을 상세히 조명한다. 저자는 이 질병들이 세계사에서 다른 어떤 단일 원인보다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추정한다.
와인가드에 따르면 감염된 모기는 약 520억 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이는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래서 그는 모기를 '인류 최고의 포식자', '세계의 파괴자', '역사적 변화의 최고 주역'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모기 때문에 수천 명씩 목숨을 잃었고, 히포크라테스는 이들 전염병에 대한 설명과 치료법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모기가 말라리아 등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19세기 말에야 가능했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 공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믿었다.
모기가 정복자들을 멈춰 세웠다?
알렉산더 대왕의 무적 군단이 인도에서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감염된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병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알렉산더 대왕만이 아니다. 징기스칸의 몽골군 역시 1241년 습한 기후로 말라리아 모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헝가리 평원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덕분에 남유럽은 몽골의 침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슷한 '참패'는 훗날 쿠빌라이 칸이 중국 남부와 베트남을 침공할 때도 되풀이되었으며, 모기는 캄보디아 고대 크메르 문명의 최종 붕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4만 명의 로마 병사가 스코틀랜드로 제국을 확장하려 시도했다가—결국 실패로 끝났지만—감염된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흥미롭게도 나중에는 모기가 로마를 구원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침공한 한니발의 군대를 모기가 학살한 것이다. 부유한 로마인들은 모기를 피하기 위해 집을 언덕 위 높은 곳에 짓는 습관을 들였는데, 이 관습은 수세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세에는 모기 매개 질병으로 '성지' 중동을 침공한 유럽 십자군의 약 3분의 1이 사망했다. 가장 극적인 '모기의 도움을 받은 정복'은 단연 콜럼버스의 후계자들에 의한 신대륙 정복이다. 그들은 배에 모기와 그 질병들을 함께 실어 왔고, 원주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다.
그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에도 모기는 많았지만 전염병을 옮기는 종은 아니었다. 모기 매개 질병으로 인한 아즈텍 등 문명의 대량 사망은 침략한 스페인인들의 눈에 대체로 '보이지 않았고', 이것이 '텅 빈 대륙'이라는 신화를 낳았다.
몇 세기 후인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는 모기와 그 전염병들이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중앙아프리카 식민지화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유명한 영국 선장이자 노예상인인 프랜시스 드레이크 경(Sir Francis Drake)도 1596년 모기와 말라리아의 희생자가 되었다. 한편 노예 무역과 최초의 아프리카 노예들은 더 많은 모기와 해충, 죽음을 신대륙에 가져왔다. 미국과 카리브해의 초기 유럽 정착민들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영국 통합에도 모기가 한몫!
1698년 스코틀랜드 회사가 파나마로 파견한 5척의 함대 원정은 모기가 옮긴 황열병과 말라리아로 스코틀랜드 정착민과 상인들에게 처참한 재앙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 실패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대서양 횡단 실패로 스코틀랜드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면서, 결국 잉글랜드와의 연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모기는 그레이트브리튼, 즉 영국의 탄생에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훗날 모기는 유럽에서 건너온 영국군에게 고난을 안겨줌으로써 미국의 독립에 일조했고, 스페인에 맞선 라틴아메리카 독립 운동가들에게도 비슷한 행운이 찾아왔다. 살라딘이 십자군에 맞섰던 시절부터 나폴레옹과 나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휘관들이 적을 상대로 모기를 무기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
20세기에는 DDT가 세계 각지에서 모기 퇴치와 말라리아 방제의 핵심 무기가 되었지만, 기후가 모기의 번식과 질병 확산에 유리한 아프리카 본토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모기가 서구 사회에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같은 새로운 질병들을 옮기고 있는데, 실제로 1999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모기를 통해 뉴욕을 덮쳤다.
한편 뉴요커와 사이언스에 따르면 새로운 살충제가 DDT를 대체했으며, 오늘날 과학자들은 새로운 생물학적 무기(예: 모기의 유전자 변형)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결코 쉽지 않은 모기 자체의 박멸이 아니라, 모기가 바이러스와 기생충을 옮기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예방과 치료에 더 효과적인 약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는 매년 80만 명 이상을 죽이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여행과 국경 간 무역을 용이하게 만드는 세계화는 모기의 영향력을 열대 지방 훨씬 너머로 확장시키며, 뎅기열, 치쿤구니야,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각종 전염병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 변화는 모기의 서식 범위를 점점 더 북쪽 위도로 밀어 올리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몇 년 안에 10억 명이 추가로 모기 매개 질병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APE-M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