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벌어지면 양측의 군인뿐 아니라 과학자와 기술자들도 필사적으로 적을 무력화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물리적·물질적 타격은 물론, 적의 사기와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심리전까지 그 수단은 다양하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파격적인 계획 하나를 추진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은 점령지 유럽의 독일 장교들에게 뿌릴 특별한 '향수' 개발을 과학자들에게 의뢰한 것이다. 목표는 적을 직접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치욕과 굴욕감으로 사기를 꺾는 것이었다.
코드명 'Who Me?'(나 말이야?)
이 기이한 무기의 코드명은 'Who Me?'(나 말이야?)였다. 갑자기 지독한 악취를 뒤집어쓴 독일 장교가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 말이야?"라고 되묻는 민망한 순간을 노린 이름이다.
당시 미 육군 소속으로 근무하던 에른스트 크로커(Ernst Crocker)는 치명적·비치명적 화학물질을 연구하던 약 1,700명의 인력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943년, 그는 OSS로부터 적진에 사용할 '스팅크밤(stink bomb)' 개발이라는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인분 냄새에 화학물질을 더한 '향수'
크로커가 마침내 완성한 '향수'는 인간 배설물의 냄새를 기반으로 특정 화학물질로 그 악취를 한층 강화한 것이었다. 이 물질은 작은 분무기, 유리 앰플 또는 소형 튜브에 담겨 점령지의 저항 세력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저항 조직원들의 임무는 명확했다. 경계심이 늦은 독일 장교에게 몰래 악취를 뿌리거나, 가능하면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장교 곁에 앰플을 깨뜨려 공개적으로 굴욕을 안기는 것이었다. 한 번 오명이 씌워진 장교는 부대 안에서 신뢰를 잃고, 결국 사기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흥미롭게도 크로커는 일본군을 겨냥한 별도 버전도 제작했다. 화학 조성만 달랐을 뿐 목적은 동일했다. 다만 'Who Me?'는 시험 생산된 600개 단위에 머물렀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주장이 엇갈린다.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이유
결국 이 '악취 무기'는 실전에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 준비가 완료된 시점이 너무 늦은 1944년 11월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군은 이미 대부분의 점령지를 내주고 있었고, 일본을 상대로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 즉 원자폭탄이 준비되고 있었다.
기발하지만 기괴한 발상의 이 비밀무기는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날카로워지는지를 보여주는 기묘한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