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4월 30일 오후, 소련 붉은 군대는 이미 베를린 중심부에 진입해 총리 관저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소련군의 손에 넘어지기를 거부한 히틀러는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충성파들은 총통과 그의 아내 에바 브라운의 시신을 불태운 뒤 대피소 출구 근처에 묻었다.
유럽에서의 전쟁 종식과 '천년 제국'의 몰락은 5월 8일, 국방군 지도부가 독일의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하면서 확정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전쟁이 9월 2일까지 이어졌으며, 일본은 미국의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마침내 항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6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의 폭풍이 휩쓸고 간 모든 나라에서 물질적 피해는 막대했으며, 전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강제수용소에서 죽음마저 산업화한 독일에서는 수많은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했다.
패배의 날인가, 해방의 날인가?
그렇다면 독일인들은 5월 8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패배의 날로, 아니면 해방의 날로? 본에 위치한 독일 전후사 박물관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회민주당 정치인 에곤 바르는 이렇게 회고했다. “물론 우리는 패배했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동시에 그날은 우리에게 해방의 날이기도 했다. 다만 그 순간 우리가 신경 쓰던 것은 오직 살아남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대다수 독일인도 아마 비슷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생존자들은 깊은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남성들은 전투의 참화로부터, 그리고 추산 80만~200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은 주로 소련 군인들에 의한 성폭력으로부터 고통받았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약 1,400만 명의 독일인들이 동유럽과 중동부 유럽의 옛 독일 영토에서 고향을 떠나야 했고, 전후 사회에 새롭게 정착해야 했다. 이 결정적인 경험은 2015년 난민 물결을 마주했을 때 많은 독일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적·사회적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끝에, 전후 독일은 나치 시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나치 과거사와의 본격적인 화해 작업은 1960년대 서독에서 시작되었다. 전후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1990년 재통일과 2006년 월드컵 개최를 거치며 점차 변했고, 독일인들은 이제 부끄러움 없이 독일 국기를 흔들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거의 망령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 젊은 세대의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 시대에 대한 지식은 줄어들고 있다. 동시에 극우 성향의 공격과 행위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망령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이러한 부정적 흐름의 도덕적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다.
AfD는 이러한 비판을 거부하지만, 당 지도부 인사들의 발언은 독일 사회 상당 부분의 분노를 계속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전 당대표 알렉산더 가울란트는 2018년 “히틀러와 나치는 1천 년 넘는 성공적인 독일 역사 속 한 줌의 새에 불과하다”고 선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보다 1년 앞선 2017년에는 튀링겐 주 당대표 비욘 회케가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 있는 베를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비를 '수치의 기념물'이라 부르며, 나치 과거사를 직시하는 태도를 두고 “터무니없는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이 당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수년째 AfD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어쩌면 금기를 거침없이 깨는 태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역사학자 플로리안 후버는 “오늘날 AfD가 독일 사회의 중요한 부분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한다.
메르켈 총리의 명확한 메시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9년 12월 6일, 나치 시대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그녀는 “우리는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와의 화해를 멈추거나, 어떤 형태의 상대화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은 대다수 독일인이 이 입장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대다수 시민은 역사적 과거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고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