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2차 세계대전에서 활과 검으로 싸운 '미친 잭' 존 처칠, 전설은 사실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활과 검으로 싸운  미친 잭  존 처칠, 전설은 사실이었다

'미친 잭(Mad Jack)'으로 불린 존 처칠(John Churchill)은 백파이프를 등에 메고, 스코틀랜드식 검을 차고, 중세 영국 장궁병들의 무기였던 장궁(longbow)까지 들고 전장에 뛰어든 2차 세계대전의 기묘한 인물이다. 과연 그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사실일까, 아니면 영국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만들어낸 전설일까?

1940년 프랑스 전선이 붕괴하자 영국 원정군(BEF)은 독일군을 피해 필사적인 후퇴를 시작했다. 목표는 항구 도시 됭케르크였다.

암담한 분위기와 낮아진 사기 속에서도 유독 한 사람만은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바로 "싸움꾼 미친 잭(Fighting Mad Jack)"이었다.

활 한 발로 독일군을 제압하다

존 처칠은 1906년 당시 영국령이었던 실론(현 스리랑카)에서 태어났다. 20세에 영국 육군 장교로 입대해 10년간 복무했고, 1936년 전역한 뒤 언론인이자 배우로 일했다. 그러나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곧바로 군으로 복귀했다. 그는 백파이프 연주의 명수였으며,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궁술 선수이기도 했다.

1940년 5월 27일 아침, 프랑스 마을 레피네트(L'Epinette)에 있던 처칠은 부하 두 명과 함께 접근하는 독일군 5명을 발견했다. 그는 침착하게 활을 들어 올려 적의 핵심 인물인 부사관에게 첫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정확히 심장을 꿰뚫었고, 독일군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놀란 나머지 독일군들은 후퇴했다. 이 기록은 2차 세계대전에서 활로 거둔 것으로 알려진 거의 유일한 전과이기도 하다.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상륙하다

처칠은 영국으로 돌아온 뒤 이름난 코만도 부대에 합류했고, 제3코만도 소속으로 노르웨이 전선에 파견되었다. 1941년 12월 27일, 상륙정의 램프가 내려오는 순간 처칠은 가장 먼저 몸을 던지며 백파이프로 스코틀랜드 전투곡을 연주하면서 부하들을 이끌고 적이 장악한 해안으로 달려갔다.

이어 그는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고 최전선에서 진격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검 하나 없이 전장에 나서는 장교는 옷차림이 제대로 된 게 아니다!"

42명의 포로와 포로 생활, 그리고 두 번의 탈출

1943년에는 제2코만도 지휘관으로서 시칠리아에 상륙했다. 어느 때는 상등병 한 명의 도움만으로 독일군 무려 42명을 포로로 잡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44년에는 티토가 이끄는 유고슬라비아 파르티잔 지원 작전에 투입되었으나, 그곳에서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되었다. 독일군은 그가 백파이프를 연주하던 중 그를 붙잡았는데, 윈스턴 처칠 수상의 친척으로 착각(실제로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하여 작센하우젠 수용소 부지 안의 특별 포로수용소로 그를 보냈다.

하지만 "미친 잭"은 애초에 갇혀 사는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영국인 포로 4명과 함께 탈출에 성공했다. 팔꿈치가 탈구된 상태였음에도 음식을 구해 먹고 열차를 전전하며 도망쳤고, 결국 다시 붙잡혀 티롤의 수용소로 이송되었지만 거기서 또 한 번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군 진영에 복귀했을 무렵 독일은 항복 직전이었다. 그는 일본군과 싸우기 위해 버마 전선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원자폭탄 투하로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그곳에서 전투를 치르지는 못했다.

팔레스타인에서의 마지막 전투, 그리고 은퇴

1948년 그는 팔레스타인에 주둔하고 있었다. 교전 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었음에도 그는 12명의 부하를 이끌고 아랍계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던 의료진과 물자를 실은 유대인 호송대를 구출하러 나섰다. 그러나 차량 2대가 아랍측 손에 넘어가면서, 그 안에 타고 있던 유대인 77명이 학살되는 비극은 막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익힌 궁술을 살려 영화 '아이반호(Ivanhoe)'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호주에서 교관으로 근무했으며, 1959년 마침내 군에서 은퇴했다. 1996년, 89세를 일기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활과 검, 백파이프로 무장한 이 남자의 이야기는 황홀한 전설처럼 들리지만, 대부분은 기록으로 남은 실화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미친 잭' 존 처칠은 오직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활과 검으로 싸운  미친 잭  존 처칠, 전설은 사실이었다

검을 든 채 부하들 맨 앞에 선 "미친 잭" 존 처칠(맨 오른쪽).

2차 세계대전에서 활과 검으로 싸운  미친 잭  존 처칠, 전설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