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9년 겨울, 대서양을 항해하던 독일 해군의 순양전함 그나이제나우(Gneisenau)와 중순양함 블뤼허(Blücher)의 모습이 담긴 희귀 영상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초의 대형 전투함
독일 전함(일부에서는 순양전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나이제나우는 샤른호르스트급의 두 번째 함선으로, '형제함'인 샤른호르스트(Scharnhorst)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건조한 최초의 대형 전투함들이었다. 당시 독일이 건조한 소위 '포켓 전함(pocket battleship)'들은 명목상 전함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 순양함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나이제나우의 제원과 무장
그나이제나우의 만재 배수량은 38,000톤, 전장 229.8m, 선폭 30m, 흘수 9.9m에 달했다. 게르마니아(Germania) 증기 터빈 3기가 총 163,660마력을 내어 최고 속도 31노트를 기록할 수 있었으며, 19노트 순항 시 항속거리는 약 11,500km였다. 승무원은 1,669명이었다.
무장은 280mm 주포 9문, 150mm 부포 12문, 105mm 대공포 14문, 37mm 기관포 16문, 20mm 기관포 10문으로 구성되었고, 533mm 어뢰 발사관 6문도 갖추고 있었다. 방어력 또한 준수했다. 현측 장갑 벨트는 최대 350mm, 갑판 장갑은 최대 105mm, 주포탑 장갑은 최대 360mm, 전투 지휘소 장갑은 최대 350mm에 달했다. 또한 캐터펄트를 통해 아라도(Arado) Ar 196 수상기 3기를 운용할 수 있었다.
전쟁 중의 행보: 노르웨이 작전부터 세르베루스 작전까지
그나이제나우는 자매함 샤른호르스트와 함께 노르웨이 침공 작전에 참전했다. 이 영상에 담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몰하게 되는 중순양함 블뤼허 역시 같은 작전에 투입되었다.
노르웨이 작전 중 그나이제나우는 381mm 주포를 장착한 영국 순양전함 리나운(HMS Renown)과의 교전에서 크게 손상되었고, 이후 기뢰에 의한 피해도 입었다. 그럼에도 형제함 샤른호르스트와 함께 영국 항공모함 글로리어스(HMS Glorious)를 격침시키는 눈부신 전과를 올렸으나, 영국 호위 구축함이 발사한 어뢰에 피격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1940년 6월에는 영국 잠수함 클라이드(HMS Clyde)의 어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나이제나우는 대서양에서 영국 호송선단을 상대로 하는 통상 파괴 작전에 참여했으며, 영국의 코앞에서 영국 해협을 강행 돌파한 것으로 유명한 세르베루스 작전(Operation Cerberus)에도 동참했다. 그러나 작전 도중 기뢰에 접촉해 손상을 입었고, 수리 중에는 영국군 폭격기의 공습을 받아 사실상 사용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개조 계획과 비참한 최후
결국 독일 해군은 그나이제나우를 완전히 개조해 381mm 주포 6문을 3개의 연장 포탑에 탑재하는 대규모 재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세가 기울면서 이 계획은 끝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결국 함의 선체는 1945년 동프러시아의 고텐하펜(Gotenhafen, 현재 폴란드 그디니아)에서 항구 봉쇄용 방책(blockship)으로 자칭되었고, 이로써 한때 바다를 호령하던 자랑스러운 '거함'의 생애는 막을 내렸다.
중순양함 블뤼허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관련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