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경 올리버 크롬웰, 세 자녀가 걸어간 각기 다른 운명
잉글랜드 내전(청교도 혁명)의 지도자이자 호국경(Lord Protector)으로서 잉글랜드를 통치했던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은 아홉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중 세 자녀는 요절하거나, 격동하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불운한 인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났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장남 로버트 크롬웰(Robert Cromwell, 1621~1639)
로버트는 크롬웰의 장남으로, 천연두와 오랜 투병 끝에 17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의학 수준에서 천연두는 치명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었기 때문에 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은 크롬웰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그는 슬픔과 상실감을 담은 여러 편의 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2. 딸 엘리자베스 클레이폴(Elizabeth Claypole, 1629~1658)
엘리자베스는 크롬웰의 차녀로, 출산 직후인 29세의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역사 기록에 명확히 남아 있지는 않지만, 산욕기에 심각한 합병증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특히 큰 타격이었는데, 실제로 엘리자베스가 세상을 떠난 지 약 한 달 뒤인 1658년 9월, 크롬웰 본인도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3. 삼남 리처드 크롬웰(Richard Cromwell, 1626~1712)
리처드는 유년기를 무사히 넘긴 아들로, 아버지 사후 제2대 호국경의 자리를 계승했습니다. 그러나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해 불과 9개월 만에 물러났고, '몰락한 딕(Tumbledown Dick)'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1660년 왕정복고 이후에는 정치적 보복을 피해 해외로 망명해 가명으로 은신 생활을 이어갔으며, 이후 귀국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채 세간의 주목에서 벗어난 소박한 말년을 보냈습니다. 그는 85세의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크롬웰의 자녀들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이기도 합니다.
세 자녀의 죽음이 주는 의미
이처럼 크롬웰의 세 자녀는 질병, 출산 합병증, 그리고 정치적 격변이라는 서로 다른 운명과 마주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위대한 지도자의 가족조차 당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격랑의 정치 상황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