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피두스는 집으로 내쫓긴 것이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희곡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레피두스를 집으로 추방하거나 영구히 내보내는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토니우스가 레피두스를 집으로 보낸다"는 질문 자체가 흔한 오해에 기반한 것이며, 실제 극중 상황은 이와 조금 다릅니다.
4막 1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극의 4막 1장에서 로마의 권력을 장악한 세 명의 삼두정치자(트리움비르), 즉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우스, 그리고 레피두스는 정적(政敵) 처형 명단을 함께 작성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때 안토니우스가 레피두스에게 내리는 지시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아니라, 카이사르의 유언장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일 뿐입니다.
레피두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우스는 유언장에 적힌 시민들에 대한 유증(遺贈)을 몰래 줄여 자신들의 군사 자금으로 활용할 방법을 논의합니다. 즉 레피두스를 잠시 내보낸 것은 그를 추방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가 없는 동안 비밀스러운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 삼두정치자, 레피두스의 위상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레피두스는 세 명의 삼두정치자 가운데 유일하게 셰익스피어가 4막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유명한 독백 속에 언급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이는 극중에서도 레피두스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우스에 비해 존재감이 크게 밀리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인물로 그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안토니우스는 레피두스를 "심부름 보내기에 알맞은 하찮은 사람"이라 격하하며, 필요할 때만 부려 쓰는 말과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대사를 남기기도 합니다. 요컨대 레피두스는 '집으로 보내져 축출된 인물'이 아니라 단순한 심부름으로 잠시 무대에서 벗어났을 뿐이며, 작품 전체에서도 세 권력자 중 가장 소외된 위치에 놓인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