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유통기한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마트에서 식품을 고를 때 무심코 확인하게 되는 유통기한. 영어권에서는 '소비기한(use-by)' 또는 '품질보장기한(best-before)'이라고도 불리는 이 날짜 표시는 20세기 초,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유통기한은 대체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일까요?

식품 보존 기술의 시초, 니콜라 아페르

유통기한 제도의 뿌리는 프랑스의 제과 장인이자 발명가인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병에 식품을 채운 뒤 코르크로 단단히 밀봉하고, 끓는 물에 꼼꼼하게 가열하는 방식으로 식품을 보존하는 간단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아페르화(appertization)'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오늘날 통조림과 병조림의 원형이 되었으며, 식품을 며칠이 아니라 수개월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보존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언제까지 먹어도 안전한가'를 알려주는 날짜 표시, 즉 유통기한의 개념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오픈 데이팅의 시작과 법적 제도화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의 유통기한, 이른바 오픈 데이팅(open dating)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였습니다. 당시 전시(戰時) 상황에서 운영되던 식품배급당국(Food Distribution Authority)이 상하기 쉬운 육류 제품에 날짜 표시를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신선한 식량을 공정하게 배급하고 부패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였습니다.

이후 1970년대에는 미국의 공정 포장 및 표시법(Fair Packaging and Labeling Act)이 시행되면서 다른 식료품에도 유통기한 표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법은 제품이 판매되고 구매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으로, 포장에 정확한 정보를 기재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유통기한 문화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작은 날짜 표시에 담긴 긴 역사

이처럼 유통기한은 한 사람의 발명에서 출발해 전시의 현실적 필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식품 포장의 날짜를 확인할 때, 그 작은 숫자 뒤에 숨겨진 두 세기에 걸친 역사를 한번쯤 떠올려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