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천연두(smallpox)는 아메리카 원주민과 스페인인 양쪽 모두를 죽였지만, 두 집단이 입은 피해의 규모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무서운 질병
천연두는 15세기 말 이후 유럽 식민 개척자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된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시작된 '콜럼버스 교환(Columbian Exchange)' 과정에서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등 구대륙의 각종 병원균이 신대륙으로 유입되었고, 이 중 천연두가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를 초토화시킨 재앙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수천 년 동안 유라시아와 격리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원주민 사회 사이를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 인구의 최대 90%가 천연두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1520년경 멕시코에서 발생한 천연두 유행은 아즈텍 제국의 방어 능력을 무너뜨려 에르난 코르테스의 정복을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잉카 제국 역시 황제와 후계자가 천연두로 사망하면서 내분에 휩싸여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침공에 취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스페인인들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았다
천연두는 스페인인들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다만 유럽에서는 이미 수백 년간 천연두가 유행해 왔기 때문에 스페인인들은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사망률이 원주민에 비해 훨씬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카에 주둔하거나 이주한 스페인인들 사이에서도 천연두는 상당한 사망자를 냈습니다. 당시 의학 기술로는 천연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감염 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질병이 만든 역사
요컨대 천연두는 유럽인의 아메리카 정복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습니다. 같은 병원균이었지만 면역력의 유무에 따라 한쪽에는 생존의 기회를, 다른 한쪽에는 문명 수준의 붕괴를 안겨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정복이 아니라 질병이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