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데르베니 파피루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책, 발견과 해독의 비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손상되지 않은 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데르베니 파피루스(Derveni Papyrus)입니다. 이 고대 문서가 없었다면 유럽 최고(最古) 책의 영예는 다른 곳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데르베니 파피루스는 1962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약 10km 떨어진 데르베니 마을 인근, 카발라로 향하던 도로 건설 공사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수많은 무덤이 발굴되었는데, 그중 데르베니 A호 무덤에서는 까맣게 타버린 채 200개가 넘는 조각으로 부서진 문서가 발견되었습니다.

데르베니 파피루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책, 발견과 해독의 비밀

이 문서의 제작 연대는 기원전 4세기, 정확히는 기원전 350년에서 320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흥미롭게도 2006년에야 비로소 내용이 해독되었는데, 그 결과는 오르페우스 찬가(Orphic Poems)에 대한 해설서였습니다. 철학 논문 형식으로 작성된 이 책은 신의 본질, 영혼, 우주, 종교 의식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본문 해석에서 드러나는 신비주의적 경향을 근거로 멜로스의 디아고라스 또는 에우튀프론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에우튀프론은 같은 이름의 플라톤 대화편에 등장하는 인물이며, 멜로스의 디아고라스는 무신론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디아고라스는 엘레우시스 밀교 의식을 폭로한 혐의로 기원전 411년 아테네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간신히 코린토스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데르베니 파피루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책, 발견과 해독의 비밀

현재 데르베니 파피루스는 테살로니키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15년부터는 유네스코(UNESCO)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프로그램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1992년에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전 인류의 기록 유산을 보존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기록유산 목록에는 데르베니 파피루스와 같은 고대 문서부터 토르데시야스 조약, 안네 프랑크의 일기,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 영화,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