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발칸반도 최대 로마 원형극장, 알바니아 두러스가 품은 2천 년 고대 유적의 모든 것

알바니아 제2의 도시이자 아드리아 해 중부 해안의 주요 항구 도시인 두러스(Durrës)는 기원전 627년 코르키라(오늘날 그리스 코르푸) 출신 그리스 정착민들이 '에피담누스(Epidamnus)'라는 이름으로 세운 고대 도시입니다. 이후 로마인들에 의해 '디라키움(Dyrrhachium)'으로 개칭되었으며, 그 명맥이 오늘날의 두러스로 이어져 왔습니다.

1966년 도시 중심부에서 건설 작업이 진행되던 중, 고고학자 방젤 토치(Vangjel Toci)가 로마 원형극장 유적을 발굴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영국의 저명한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Arthur Evans)는 1877년 이 유적을 찾는 데 실패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기념물의 3분의 1만 노출되었고, 약 20년 후 리다 미라지(Lida Miraj)가 발굴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이 원형극장은 발칸반도에서 발견된 로마 원형극장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알바니아에서는 유일한 원형극장입니다.

그러나 발견 직후 복원이나 보존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근 지역의 주택 건설도 통제되지 않아 원형극장은 이후 25년에 걸쳐 서서히 훼손되었습니다. 2004년에야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시작되어 기념물을 안정화하고 보존하는 데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 2만 명을 수용한 거대 구조물

이 원형극장은 서기 2세기 초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일부 학자들은 이미 하드리아누스 황제 치세에 지어졌다고 보기도 함)에 건설되었으며, 약 2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비문에 따르면, 개장식을 기념해 12쌍의 검투사가 경기장에서 맞붙었다고 전해집니다.

원형극장은 타원형으로, 전체 크기는 132 x 113미터이며 그중 경기장(모래 바닥)은 61 x 42미터입니다. 도시 항구를 형성하는 반도 남서쪽 끝과 인접한 언덕 경사면을 활용해 지어졌으며, 내부에는 다양한 높이로 갤러리가 파여 있습니다.

발칸반도 최대 로마 원형극장, 알바니아 두러스가 품은 2천 년 고대 유적의 모든 것

독특한 건축 특징

두러스 원형극장은 몇 가지 비정형적이고 독특한 건축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덕에 닿지 않는 남쪽 부분의 관람석은 하부 구조 위에 세워져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높이 20미터에 달합니다. 검투사와 동물들이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통로는 언덕 아래 9미터 깊이의 터널이었으며, 관중들은 언덕 지역에서 위에서 아래로 입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관람석으로 연결되는 토사 둑이 불규칙하게 분포해 있어, 자연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당대의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형극장의 변천사: 예배당, 묘지, 채석장

원형극장은 4세기까지 사용되었으며, 사용 말기에는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기독교 예배당이 세워졌습니다. 6세기에는 모자이크 장식이 추가되었는데, 이 모자이크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 건물은 345년과 10세기 두 차례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파괴되었습니다.

발칸반도 최대 로마 원형극장, 알바니아 두러스가 품은 2천 년 고대 유적의 모든 것

500년경 이 구조물은 도시 방어 요새 체계에 통합되었고, 7세기부터는 묘지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경기장과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유해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또한 고대 말기부터는 주변 건물 건설을 위한 채석장으로 활용되면서 석조 좌석 대부분이 사라졌고, 현재는 모르타르로 된 하부 구조만 남아 있습니다.

발칸반도 최대 로마 원형극장, 알바니아 두러스가 품은 2천 년 고대 유적의 모든 것

13세기에는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또 다른 예배당이 원형극장 위에 세워져 1501년 오스만 제국이 도시를 점령할 때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오스만 통치기에 도시 이름은 '디라치(Diraç)'로 바뀌었고, 원형극장은 모래와 흙에 덮인 채 잊혀졌습니다.

오늘날의 두러스 원형극장

현재도 발굴 작업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채 계속 진행 중입니다. 2013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멸종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 14곳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2016년까지 관람석과 경기장 일부 위에는 여전히 현대식 주택들이 있었으나, 이후 보상 절차를 거쳐 철거되었습니다.

오늘날 계단과 안전 설비가 갖춰진 원형극장은 관광객에게 공개되어 있으며, 발칸반도의 고대 로마 문화유산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알바니아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