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다뉴브를 둘러싼 로마와 다키아의 각축전

서기 86년, 두라스 왕(데케발루스의 전임자)이 이끄는 다키아인들이 다뉴브 강 남쪽의 로마 속주 모이시아를 공격하면서 국경 지대는 급격히 재편되었습니다. 이 사태로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직접 현지를 방문해 이후 원정을 위한 행정 개편을 단행했는데, 바로 모이시아 속주를 둘로 나눈 것입니다. 다뉴브 강 하구 남안과 오늘날 불가리아 북부 전역을 아우르는 '모이시아 인페리오르', 그리고 현재 세르비아 중부·코소보·북마케도니아 일부를 관할하는 '모이시아 수페리어'가 그것입니다.

4만 명이 살았던 다뉴브의 요충지

모이시아 수페리어의 핵심 도시였던 비미나키움(Viminacium)은 오늘날 세르비아 동부 스타리 코스톨라츠에서 약 12km, 베오그라드에서 145km 떨어진 곳에 자리합니다. 서기 1세기에 설립된 이 도시는 전성기에 무려 4만 명의 주민이 거주했습니다.

비잔티움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 '비아 밀리타리스'가 다뉴브 강 남안을 따라 지나가고, 도시는 다뉴브 강과 말바 강 사이에 위치해 상업과 통신의 요충지로 번영했습니다. 여기에 병력 6,000명을 수용하는 군사 캠프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황제들의 발자취가 남은 도시

트라야누스 황제는 서기 101~106년 다키아 전쟁 당시 이곳을 전역 사령부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서기 239년에는 화폐 주조 특권을 누리는 식민 도시로 격상됩니다.

서기 251년에는 호스틸리아누스 황제와 그의 어머니 헤레니아 에트루스칠라가 북부 국경 방어를 총괄하기 위해 비미나키움에 머물렀지만, 같은 해 유행한 전염병으로 두 사람 모두 12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두 사람은 완전한 예우를 갖춰 이곳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서기 293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방문했을 때의 기록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남부 속주의 그리스어가 아닌 라틴어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당시 도시에는 1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파괴와 재건의 반복, 그리고 최후

서기 441년 훈족의 아틸라가 도시를 완전히 파괴했지만,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재건하면서 비미나키움은 150년을 더 명맥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결국 서기 582~599년 사이 아바르족의 공격으로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450헥타르 유적, 발굴된 것은 겨우 3~4%

1882년 세르비아 최초의 고고학 발굴이 시작된 이 유적지는 450헥타르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며, 로마 신전·거리·광장·원형극장·궁전·경기장·목욕탕 등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만 점 이상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그중 700여 점은 금·은 제품입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발굴된 면적은 전체의 3~4%에 불과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발견은 수술·의료 도구와 함께, 용도를 설명하는 비문이 새겨진 약품 유물입니다. 비미나키움은 리옹, 랭스, 파도바, 쾰른에 이어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로마 의학 유물이 확인된 장소로, 갈렌 이전에 이미 과학적 의학과 약학이 발달했음을 보여줍니다.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무덤 15,000기 — 로마 유적 중 최다 기록

비미나키움이 세계 고고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바로 15,000기가 넘는 무덤입니다. 단일 로마 유적지로는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무덤 상당수는 벽돌로 축조되고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그림 속 모티프는 이교에서 기독교로 넘어가던 시대의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로 서기 2~3세기에 조성된 묘역 가운데는 2018년 호스틸리아누스 영묘 인근에서 발견된 것도 있습니다. 이 영묘는 15×15m 규모로, 주변을 11기의 무덤이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서기 2~4세기에 제작된 납 석관들도 출토되었는데, 그중 하나에는 은판에 그리스어 비문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카스트룸(castrum, 군영)의 핵심 시설인 프린키피아(principia, 군단 사령부)가 발굴되었는데, 이곳은 제7 클라우디아 군단(Legio VII Claudia)이 4개 구획으로 나뉘어 주둔하던 곳입니다.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3,500㎡ 규모의 군단 사령부

발굴된 건물은 여러 층에 걸쳐 약 3,500㎡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물로, 방 40개와 사무실, 무기고, 성역, 바실리카가 중앙 안뜰을 둘러싼 열주 회랑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뉴브 강바닥에 잠들어 있던 로마 군함

5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문헌 노티티아 디그니타툼(Notitia Dignitatum)은 테오도시우스 시대 로마 제국의 구조와 행정을 상세히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로마 다뉴브 함대 일부가 비미나키움에 정박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이 일대를 흐르는 강은 없지만, 고대 다뉴브 강 지류인 말바 강 하구가 바로 인근에 있으며, 실제로 2020년 깊이 약 8m의 고대 강바닥에서 로마 선박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배는 얕은 물길용 평저선으로 길이 약 15m, 폭 2.7m 규모이며, 선체에서 호민관의 흔적이 확인되어 군함임이 입증되었습니다.

무덤 1만 5천 기가 잠든 로마 도시 비미나키움 — 세르비아 다뉴브의 고대 대도시

로마를 체험하는 현대의 명소, 도무스 스키엔티아룸

최근 몇 년간 비미나키움은 로마 세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필수 방문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도무스 스키엔티아룸(Domus Scientiarum)입니다. 과학 연구실, 박물관, 로마 군인 막사를 재현한 관광 숙박 시설, 로마식 목욕탕을 본떠 만든 스파가 하나의 단지에 결합된 복합 시설입니다.

이 모든 시설은 48개의 체험 명소를 갖춘 약 2헥타르 규모의 로마 테마파크로 조성되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