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입자 뮤온, 피라미드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뮤온(muon)은 매우 두꺼운 암반도 관통할 수 있는 우주 입자다. 이집트에서 진행 중인 '스캔피라미드(ScanPyramids)' 프로젝트는 바로 이 입자를 활용해 고대 기념물을 깊이 있게 투시 촬영함으로써,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내부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이집트 다후르(Dahshur)에 위치한 꺾인 피라미드(Bent Pyramid).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흰색 작업복을 입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연구원들이 줄지어 피라미드를 오르고, 좁고 어두운 통로 안으로 사라져 간다. 이 인상적인 복장은 사실 먼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임무는 훨씬 더 미래지향적이다. 무려 4천 년 전에 세워진 무덤 건축물의 심장부에서 우주선(cosmic rays)을 포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첫째 주, 스캔피라미드 미션의 2단계가 막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카이로 대학교 공과대학과 프랑스 HIP 연구소(Heritage Innovation Preservation)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이 국제 프로젝트에는 이집트·캐나다·프랑스·일본 연구팀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목표는 제4왕조의 위대한 왕실 무덤들, 즉 기자(Giza) 고원의 쿠푸(Kheops)와 카프레(Khephren) 피라미드, 그리고 다후르의 꺾인 피라미드와 붉은 피라미드(Red Pyramid)의 내부를 탐사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다.
1단계 적외선 촬영, 모든 피라미드에서 '이상 신호' 포착
짧게 진행된 1단계 적외선 촬영 캠페인은 이미 큰 성과를 거두었다. 조사 대상이었던 모든 피라미드에서 이상(anomaly)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쿠푸 피라미드 동쪽 면에서 나타난 이상 반응은 눈길을 끌 만큼 뚜렷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념물 내부에 뮤온 센서를 설치하는 것이다. 뮤온은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어 지표를 폭격하는 우주 입자다. 우리 몸을 투과해 뼈를 비춰 주는 엑스레이처럼, 이른바 '무거운 전자'라고 불리는 뮤온은 아주 두꺼운 암석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기념물을 깊숙이 투시 촬영하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구조물을 밝혀낼 수 있다.
아래 영상은 2016년 스캔피라미드 미션의 계획을 소개하는 발표 영상이다.
ScanPyramids in 2015... To be continued in 2016 from HIP Institute on Vimeo.
꺾인 피라미드 필름, 2016년 1월부터 현상·분석 착수
2015년 11월, 나고야 대학 모리시마 쿠니히로(Kunihiro Morishima) 교수 팀은 다후르의 꺾인 피라미드에서 실험을 진행하며 뮤온 검출용 감광 유제(emulsion)의 감도를 보정했고, 마침내 이미지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종류의 시도였던 1960년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루이스 알바레즈(Luis Alvarez)의 선구적인 미션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놀랄 만큼 앞선 발상이었다. 일본 연구팀은 또한 필름의 최적 노출 시간까지 산출해냈고, 이 정보 덕분에 본격적인 뮤온 캠페인을 개시할 수 있었다.
'샌드위치' 플레이트. 우주 입자에 민감한 필름 2장씩을 담은 플레이트 40매, 총 3제곱미터에 달하는 필름이 꺾인 피라미드의 하부 방에 설치되었다. 여기에 더해 스캔피라미드 팀은 '샌드위치' 구조의 플레이트 2매를 추가로 설치했다. 하나는 납 기반 필름 7장, 다른 하나는 텅스텐 기반 필름 4장으로 구성된 것으로, 저에너지 입자를 흡수해 가장 강력한 입자만을 남김으로써 '배경 잡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통제용 플레이트들은 나머지 40매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동시에 쿠푸 피라미드의 '여왕의 방(Queen's Chamber)'에도 시험용 센서를 설치했습니다. 2016년 초 본격 설치에 앞서 내부 환경에 맞춰 센서를 최대한 보정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스캔피라미드 미션의 공동 책임자 메흐디 타유비(Mehdi Tayoubi, 하니 헬랄 Hany Helal 교수와 공동 운영)는 설명했다.
꺾인 피라미드의 필름은 2016년 1월부터 카이로와 일본에서 현상·분석된다. 그렇다면 어떤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캔피라미드 팀은 어떠한 추측도 삼가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위대한 피라미드들처럼 이 건축물 역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쿠푸 피라미드 다음으로 구조가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꺾인 피라미드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하나는 북쪽, 다른 하나는 서쪽에 자리한다. 이런 배치는 이집트 피라미드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사례다. 두 출입구는 위아래로 겹쳐 위치한 두 개의 장례실로 이어지며, 중앙 축에는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깊은 샤프트(우물)가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위대한 이집트 고고학자 아흐메드 파크리(Ahmed Fakhry)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 피라미드의 거대한 몸체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회랑이나 방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사진으로 보는, 피라미드를 탐사하는 뮤온
사진으로 보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내부
뮤온이 밝혀줄 피라미드의 새로운 비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천 년의 침묵을 지켜온 거대 석조물 안에 어떤 구조가 숨어 있는지, 곧 답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