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80만 년 전, 유럽 최초의 불은 스페인 동굴에서 피워졌다

80만 년 전, 유럽 최초의 불은 스페인 동굴에서 피워졌다

탄화된 동물 뼈와 열에 의해 표면이 물결처럼 변형된 돌들은, 약 80만 년 전 선사 시대 남부 스페인의 한 동굴에서 불이 의도적으로 피워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80만 년 전, 유럽 최초의 불은 스페인 동굴에서 피워졌다

유럽의 '캠프파이어 개척자'

스페인·독일·캐나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고고학 과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약 80만 년 전 무르시아 인근 리오 키파르 협곡의 '쿠에바 네그라(Cueva Negra, 검은 동굴)'에서 호모(Homo) 속 인류가 작은 불을 스스로 피웠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대륙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발화 증거다.

이전까지는 이스라엘의 게셰르 베노트 야아코프(Gesher Benot Ya'aqov) 동굴에서 발견된, 약 79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지속적으로 관리된' 불의 흔적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다. 해당 흔적은 호모 에렉투스의 작품으로 여겨져 왔다.

불을 피운 주인공은 누구?

쿠에바 네그라에서 불을 피운 인류의 정체—호모 에렉투스인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인지, 아니면 호모 안테세소르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그러나 무르시아 대학교(스페인)의 고생물학자 마이클 워커와 튀빙겐 대학교(독일)의 고고동물학자 사라 로즈는 이번 발견을 통해, 약 100만 년 전 무렵부터 인류 조상들이 이미 짧은 화염의 작은 불을 꾸준히 피워 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2011년부터 진행된 쿠에바 네그라 암각 유적 발굴에서는 열을 받은 흔적이 뚜렷한 석기 165점 이상과, 고열에 노출되거나 탄화된 자국을 지닌 수백 점의 동물 뼈가 출토되었다. 현미경 및 화학 분석 결과, 이 유물들은 마치 화롯불에서 타듯 400~600℃의 온도에 가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80만 년 전, 유럽 최초의 불은 스페인 동굴에서 피워졌다

스페인 쿠에바 네그라 동굴에서 발견된 이 돌에는 열에 의한 요철 흔적이 남아 있으며, 이는 가열되었음을 시사한다. © 무판콰트 무르시아 협회

"쿠에바 네그라의 정교한 도구 사용자들은, 잘 타는 버섯살 부싯깃 더미 위에서 불씨를 튀겨낼 수 있도록 적합한 나무나 돌을 골라내는 방법을 반드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호모,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

"초기 인류 진화에서 불이 차지한 역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라고 마이클 워커는 과감히 언급한다. 홍적세 아프리카의 일부 유적—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원더워크 동굴(Wonderwerk Cave) 등—에서 발견된 연소 흔적은 산불이나 화산재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하지만 쿠에바 네그라에서는 바깥 산불의 불씨가 동굴 안으로 번져 들어가 거대한 화재와 400℃에 달하는 과열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낮습니다"라고 그는 확신한다. 당시 이 동굴은 마른 초목이 아니라 강변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산불이 스쳐 간 뒤 은은하게 타오르던 불씨 묶음을, 불 앞에서 다른 동물들보다 덜 겁내던 호모가 동굴로 옮겨 왔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쿠에바 네그라에서는 화덕 구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거주자들이 불을 오랫동안 통제했을 개연성은 낮다. 그럼에도 일정 시간 유지된 작은 불 하나면 포식자를 쫓아내고, 따뜻함을 제공하며, 음식을 굽는 데 충분히 활용될 수 있었다.

요리는 인류 진화의 열쇠였을까

그렇다면 쿠에바 네그라에서 음식이 구워지거나 조리되었을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워커는 답했다. "최소한 150만 년 전부터 요리는 인류 진화에 중대한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소화 능력 개선과 영양소 가용성 증가를 통해 뇌 크기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의 '화덕'은 50만 년 전 이전의 구석기 유적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결국 초기 인류가 언제, 어디서 불의 열기를 통제하고 본격적인 조리를 시작했는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직 멀었다. 이번 발견은 그 긴 여정의 한 페이지를 밝혀주는 귀중한 단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