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상태로 미라화된 이집트 유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구상(具象) 문신이 확인됐습니다. 오랫동안 이집트학자들은 고대 문신이 나일 계곡의 여성 미라에만 새겨졌다고 믿어 왔지만, 적외선 촬영 기술은 예상치 못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바로 런던 대영박물관에 1900년부터 전시돼 온 자연 미라 두 구체에 문신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집트 게벨레인 출토 문신 미라 A의 적외선 촬영 이미지.
통념을 깬 게벨레인 미라
1899년 현재의 룩소르 남쪽 지역인 게벨레인(Gebelein)에서 발견되어 '게벨레인 미라'라 불리는 이 유체들은 이집트 통일 이전의 선왕조 시대(기원전 4000~3100년)에 속합니다. 스무 살 초반의 남성에게는 양과 황소가 오른팔을 장식하고 있었고, 한 여성의 오른쪽 어깨에는 수수께끼 같은 'S'자 네 개가 줄지어 있으며, 오른팔 위쪽에는 갈대를 연상시키는 선형 무늬가 더해져 있었습니다.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연구의 공동 저자 다니엘 앙투안(Daniel Antoine)은 "5300년이 넘는 이번 결과는 아프리카에서 알려졌던 가장 오래된 문신의 역사를 무려 천 년이나 앞당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동방고고학연구소(IFAO) 소속으로 데르 엘메디나 프랑스 발굴단을 이끌었던 세드릭 고베유(Cédric Gobeil)는 2016년 이 발견을 공개하며 "게벨레인 미라의 새로운 발견은 오직 여성만 문신을 했다는 통념을 뒤엎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벨레인 남성 미라의 적외선 이미지. 왼쪽 아래는 동물 문신의 확대 모습. © 대영박물관 이사회

게벨레인 여성 미라의 어깨에 새겨진 S자 문신. © 대영박물관 이사회
그을음으로 만든 문신, 그 용도는?
항균 효과로도 알려진 그을음(soot)을 재료로 만든 이 문신들은 청동 바늘, 뼈 끝, 혹은 아카시아 가시를 이용해 새겨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그 기능은 무엇이었을까요? 미용인지, 종교적인 의미인지, 상징인지, 주술적인 목적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문신을 지닌 자연 미라 십여 구가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 특히 남부 이집트와 누비아(현 수단) 일대에서 출토된 바 있습니다. 염분과 건조한 사막 기후 덕분에 조직이 보존된, 보다 후대의 남성·여성·청소년 유체들이었습니다.
최근 논문의 저자들에 따르면 "게벨레인 이집트 미라의 몸 장식은 같은 시대 암벽 은신처 벽면에 그려진 도상(圖像)이나 도기 장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남성의 양피질처럼 마른 피부에 드러난 양(Ammotragus lervia, 바바리양)과 소(Bos primigenius, 원소)가 그 예이며, 젊은 여성의 S자 문양 역시 다산과 관련된 점토 인형과 도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게벨레인 여성의 어깨를 장식한 것과 유사한 S자 요소로 꾸며진 선왕조 시대 이집트 도기에 묘사된 의례 장면. © 대영박물관 이사회
'얼음인간 외치'와 거의 동시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도상학적 주제 분석에 따르면, 이제 세계 최고(最古) 문신의 보유자가 된 이 문신 이집트인들은 티롤 알프스에서 5000년간 보존된, 61개의 기하학적 선으로 덮인 피부를 지닌 '얼음인간 외치(Ötzi)'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문자가 없던 사회에서도 신체 언어, 나아가 치료 목적의 시술까지 광범위하게 행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