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500년 전의 고대 상자가 이집트 룩소르와 나일강을 마주한 서안에 위치한 신전·무덤 복합지대, 데르 엘바하리(Deir el-Bahari)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공물들을 담고 있던 이 상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왕릉의 존재를 시사하는 결정적 단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부·하부 이집트의 왕실 상징으로 장식된 에나멜 상자.
통째로 보존된 거위의 유해, 알, 장식 상자까지… 폴란드 연구진이 이집트 데르 엘바하리의 테베 산악 지대 분홍색 석회암 절벽에서 이룬 놀라운 발견입니다. 이곳은 제18왕조의 여왕 하트셉수트(기원전 1508~1458년경)가 세운 거대한 신전으로 유명하며, 이 신전은 신왕국 시대(기원전 1570~1070년)를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기념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같은 지역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하던 '폴란드 클리프 탐사대(Polish Cliff Mission)'의 고고학자들이 이 여왕의 남편인 파라오 투트모세 2세(기원전 1510~1470년경)의 칭호가 새겨진 상자를 출토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자는 고대에 인공적으로 쌓아 올린 돌무더기 아래에서 나왔으며, 이러한 발견들은 왕실 암굴묘의 존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2019년 가을 카이로에서 열린 제12회 국제 이집트학 학술대회에서 이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이 장례 유물 매장고는 이 파라오와 관련된 신전이나 무덤이 근처에 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라고 이번 조사를 이끈 바르샤바 대학교 고고학연구소의 안제이 니빈스키(Andrzej Niwiński)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거위 한 마리와 알, 그리고 왕성(王聖) 딱정벌레
고고학자들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암반을 파낸 공동이었고, 그다음에는 연구자들이 처음에 평범한 돌덩이로 착각했던 석재 상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리넨 천으로 덮인 세 개의 '꾸러미'가 발견됩니다. 가장 큰 꾸러미에는 거위 한 마리의 유해가, 두 번째에는 거위의 알이 들어 있었으며, 세 번째 꾸러미는 리넨 끈으로 정성스럽게 묶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신성한 새인 따오기의 알을 담은 목제 상자가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발견 당시 단순한 돌덩이로 오인되었으나, 이 석재 상자에서 왕실 공물이 확인되었다. 출처: Polish Cliff Mission
"근처에서 미니어처 도기 하나와 리넨 천 네 겹으로 싸인 두 번째 꾸러미도 함께 수집했습니다. 이런 물건들은 건축물의 기초 매장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형입니다."라고 폴란드 측 전문가는 덧붙였습니다. 섬유 포장 속에는 이번에는 타원형의 목제 상자가 들어 있었고, 뚜껑에는 딱정벌레가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이 딱정벌레는 우주를 창조한 태양신 라(Ra)의 상징입니다.
상자를 열자 최고급 리넨으로 된 또 다른 포장이 드러났고, 그 안에는 토기 상자가 숨겨져 있었으며 근처에서는 왕실 인장의 파편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상자 옆면에는 나선 문양과 깃털, 그리고 파라오의 수호 동물인 코브라가 새겨져 있었고, 이들은 파라오 이집트의 또 다른 문장 상징인 연꽃 봉오리 문양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뒷면에는 매(falcon)가 영원의 상징을 발톱으로 움켜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자의 정면입니다. 아마도 여신 이시스(Isis)와 네프티스(Nephthys)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암사자 머리 형상들 사이에 파라오 투트모세 2세의 카투슈(cartouche)가 새겨져 있습니다."라고 안제이 니빈스키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이 상자 안에는 성스러운 딱정벌레인 스카라베우스 사케르(Sacrabaeus sacer) 종의 개체를 감싼 리넨 수의가 들어 있었습니다.

여신 이시스와 네프티스 사이에 새겨진 파라오 투트모세 2세의 카투슈. 출처: Polish Cliff Mission
흥미롭게도 이 파라오의 미라는 물론 무덤 역시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과거 일부 주장과 달리, 그의 미라는 19세기에 발견된 왕족 미라들 가운데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는 1987년 프랑스 이집트학자 뤼크 가볼드(Luc Gabolde, CNRS)가 입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발견된 미라들은 기원전 1000년경 도굴을 피하기 위해 아몬(Amun) 신전의 사제들이 급히 숨겨둔 것들이었습니다.
"우리가 투트모세 2세의 무덤 입구에 다가서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라고 니빈스키 교수는 새로운 발견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데르 엘바하리의 왕족 미라 은닉처
1871년, 고르나(Gournah) 지역의 압드엘라술(Abd el-Rasul) 가족이 데르 엘바하리에서 무덤 하나를 발견하고 곧바로 부장품과 조각상 등을 골동품 시장에 팔았습니다. 1881년, 이집트 고적 보존국의 가스통 마스페로(Gaston Maspero)가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제18왕조와 제21왕조의 왕족 미라 약 30구가 방 3개로 이루어진 '은닉처(cache)'에 모여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신전들 위쪽 테베 산에 굴착된 이 장소는 기원전 1000년경 벌어진 왕릉 도굴의 참화로부터 미라를 지키기 위해 3,000년에 걸쳐 사용되어 온 곳입니다. 이번 폴란드 탐사대의 발견은 그 유서 깊은 은닉처의 역사 너머, 아직 잠들어 있는 왕릉의 존재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