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500년 전 전투에서 죽은 여전사? 아르메니아 유골이 밝혀낸 아마존의 실체

전설 속 아마존 여전사의 후손일지도 모르는 인골이 아르메니아 북부에서 발굴되어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골에 남은 다양한 외상의 흔적은 이 여성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실제 전투에 나섰던 '전사'였음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2,500년 전 전투에서 죽은 여전사? 아르메니아 유골이 밝혀낸 아마존의 실체

펜테실레아를 찌르는 아킬레우스 — 기원전 6세기 그리스 도기에 그려진 장면

뼈에 새겨진 전투의 상흔

2,500년이 넘는 세월 전, 오늘날 아르메니아 고원에서 한 여성 전사가 전사했을까?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오스티오아케올로지(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에 발표된 연구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습니다.

날카로운 무기가 인골에 남긴 외상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고고학자들이 2017년 아르메니아 북부 로리주의 보베르 1호(Bover I) 네크로폴리스(고대 묘지)에서 발굴된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이 여성 골격에서 "매우 폭넓은 외상의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2019년 11월 26일자 보도를 통해 이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왼쪽 무릎에는 화살촉이 박힌 채 발견되었고, 치명적일 수 있는 무기 상처가 세 곳 더 있었습니다.

2,500년 전 전투에서 죽은 여전사? 아르메니아 유골이 밝혀낸 아마존의 실체

아르메니아 보베르 1호 유적지에서 발견된 '여전사'의 무덤. © 아나히트 후다베르디안 / 아르메니아 공화국 국립과학원

프로 궁수였을 가능성

"왼쪽 고관절과 오른쪽 대퇴골에는 베인 자국이 남아 있었고, 정강이뼈 하나에는 칼날에 맞은 흔적이 있었다"고 연구를 주도한 아나히트 후다베르디안(Anahit Khudaverdyan) 박사를 비롯한 아르메니아 공화국 국립과학원 연구진이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도끼와 검에 의한 두 개의 상처는 여러 명의 공격자에게 동시에 습격당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그녀가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보베르 1호 묘지 17번 묘에서 확인된 이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은 기원전 9~6세기, 반 호수(Lake Van) 주변 아르메니아 고원에 자리한 우라르투(Urartu) 왕국의 군대 소속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갈비뼈 골격의 특별히 발달된 형태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직업적인 궁수"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합니다. 또한 화려한 장신구와 함께 매장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지위를 지닌 여성이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2,500년 전 전투에서 죽은 여전사? 아르메니아 유골이 밝혀낸 아마존의 실체

보베르 1호 유골(아르메니아)에서 확인된 무기 상처의 위치. © 아나히트 후다베르디안 / 아르메니아 공화국 국립과학원

"아마존 신화는 실제 역사에서 비롯됐다"

소아시아 일대에서 여성 전사의 무덤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매장은 아르메니아에서 두 번째로 확인된 사례"라고 설명합니다.

1970년대부터 볼가강에서 우랄산맥까지 이어지는 스텝 지대에서도 화살촉 등 무기를 부장품으로 한 스키타이·사르마티아 계열의 여성 무덤이 다수 발견되어 왔습니다. 2000년에는 러시아의 돈강과 볼가강 유역에서 여러 기수가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이 누적되면서 고대에 여성 전사가 실재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기원전 8세기)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기원전 5세기)가 『역사』 4권에서 처음 묘사한 황홀한 아마존 전설의 원형 그대로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스키타이 세계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이었던 프랑스 고고학자 베로니크 실츠(Véronique Schiltz)는 생전에 과학 잡지 사시에 에 부비르(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2003년)에서 이미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유목 민족은 정착 사회와 달리 두 성별 간의 업무 분배에서 큰 평등이 존재했다. 새로운 발견들은 아마존 신화가 실제 사건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해 준다."

헤로도토스가 기록한 '남자 사냥꾼'을 뜻하는 오이오르파타(Oiorpata), 즉 무장한 여기병들의 존재는 내륙에서 흑해와 아조프해 연안의 그리스 교역 거점으로 전해졌고, 이후 헤로도토스를 비롯한 그리스 작가들에 의해 문헌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수십 년간 발굴된 여성 무덤들은 이들을 서사시적 의미의 '아마존'이라 부를 수 없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들이 실제 무기를 들고 싸운 여전사였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아드리엔 마요어(Adrienne Mayor), 『아마존』, 라 데쿠베르트(La Découverte) 출판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