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피니스테르(Finistère) 지역 랑데브네(Landévennec) 옛 수도원 터에서 중세 시대의 갈레트 팬, 이른바 '갈레티에르(galettière)'가 발견되었습니다. 물리화학 분석과 실험 고고학 연구 결과, 이 조리 도구들은 무려 13세기부터 이미 부드러운 메밀 부침개인 갈레트를 굽는 데 사용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출토된 갈레티에르는 복원과 실제 조리 실험을 거친 후 현재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5년 넘게 이어진 연구 끝에 박물관 학자들은 명확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이 수도원의 승려들이 이미 중세 시대에 브르타뉴 갈레트를 만들어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수도원 구덩이에서 발견된 팬
이번 연구의 시작은 하나의 발견이었습니다. 피니스테르의 옛 수도원 유적 구덩이에서 독특한 형태의 중세 도자기 조각들이 출토된 것입니다. 이른바 갈레티에르라 불리는 이 그릇은 두께 약 1센티미터, 지름 25~40센티미터의 원형 테라코타 접시로, 놀랍게도 프랑스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브르타뉴에서만 발견되는 특유의 유물입니다.

발견된 유물은 고고학적으로 완전한 상태, 즉 원래 형태로 충분히 잘 보존되어 복원이 가능했습니다. 출처: 고고학자 A. 바르델(A. Bardel), R. 페렌네크(R. Pérennec),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 소장
"이 그릇들은 형태뿐 아니라 재료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고온 조리에 견딜 수 있도록 활석(talc) 성분을 듬뿍 넣어 만든 크리미한 질감의 도자기죠."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 전시 담당자 기뇰 리두(Guénolé Ridoux)는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13~1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릇들이 정말로 유명한 브르타뉴 갈레트를 굽는 데 쓰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버터와 유제품의 흔적
연구진은 먼저 선정된 두 개의 팬에 대해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법 등 화학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제품의 화학적 지표인 단쇄 지방산이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피탄산과 콜레스테롤, 그리고 고온에서 트리글리세리드가 분해되며 생성된 물질까지 확인되어, 조리 과정에서 버터를 사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난 것입니다.

물리화학 분석 결과는 한 장의 인포그래픽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출처: 다비드 이방(David Yven)
더욱 흥미로운 점은 도자기에서 검출된 특이 케톤(ketone) 성분입니다. 이는 지방을 매우 높은 온도인 240~270°C에서 가열해 조리했음을 시사합니다. "이 수치는 오늘날 220°C가 넘는 온도에서 팬케이크를 굽는 방식과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라고 기뇰 리두는 강조했습니다.
완벽한 굽기 조건을 찾아서
분석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 고고학에 착수했습니다. 실험 고고학은 실제 재현 실험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행위와 기술을 추적하는 고고학의 한 분야입니다. 연구팀은 여섯 개의 갈레티에르를 복원하여 서로 다른 조리 조건으로 시험했습니다. 버터를 사용하거나, 라드를 쓰거나, 아예 화덕 위에서 굽는 등 각각의 그릇마다 별도의 프로토콜을 적용한 것입니다. 목표는 이렇게 남겨진 흔적들을 중세 갈레티에르에서 검출된 흔적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섯 개의 팬은 서로 다른 조리 온도와 윤활재(기름 종류)로 시험되었습니다. 출처: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
결국 연구팀은 총 십여 차례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시료 분석과 중세 갈레티에르와의 비교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고고학자들은 이미 몇 가지 사실을 확언할 수 있습니다. 브르타뉴식 그릇에서 조리된 음식은 유제품이 포함된 액상 반죽이었으며, 200°C가 넘는 고온으로 가열되었다는 것… 의심할 여지 없이 바로 팬케이크, 즉 갈레트입니다!
'팬케이크가 브르타뉴가 되다' 전시회
이번 중세 갈레티에르 조사는 사실 크레페의 기원을 규명하려는 더 큰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이를 통해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에서는 2020년 6월부터 '팬케이크가 브르타뉴가 되다(Quand la crêpe devient bretonne)' 전시가 개최되었습니다. 게임, 체험 활동, 영상 등을 통해 이 상징적인 음식을 둘러싼 기원, 전통, 그리고 논쟁거리를 폭넓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 '팬케이크가 브르타뉴가 되다' 전시 영상. 제작: 마르크 뵈뇌(Marc Beugnot), 에르바크 미디어(Her-Bak Media)
전시 팬케이크가 브르타뉴가 되다, 랑데브네 옛 수도원 박물관. 2020년 6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관람료 6유로(할인 요금 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