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출신의 의사이자 사회운동가인 타우히다 벤 셰이크(Tawhida Ben Cheikh, 1909년 1월 2일 ~ 2010년 12월 6일)는 아랍 세계에서 최초로 의사가 된 무슬림 여성입니다. 그녀는 소아과와 부인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여성 권리 운동가로서 튀니지 의료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튀니스에서 파리까지
타우히다 벤 셰이크는 1909년 1월 2일, 당시 프랑스 보호령이던 튀니지 북동부의 도시 라스 제벨(Ras Jebel)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지만, 파샤 거리의 수녀원 학교를 거쳐 튀니스의 아르망팔리에르 고등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두각을 나타내던 우수한 학생이었던 그녀는 1928년, 튀니지에서 바칼로레아(고졸 자격 시험)에 합격한 최초의 무슬림 여성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지능과 학업 능력을 알아본 프랑스인 의사 버넷 박사 부부의 지원으로 타우히다는 파리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머니 할루마 벤 암마르(Halouma Ben Ammar)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녀는 적지 않은 어려움 끝에 친정 가문의 동의를 얻어내 딸의 유학길을 열어주었습니다. 1929년 프랑스로 떠난 타우히다는 1936년 졸업하고 귀국하여, 아랍 세계 최초의 무슬림 여성 의사가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이자 헌신적인 개척자
귀국 후 타우히다 벤 셰이크는 튀니스에서 여성과 신생아 진료에 전념하는 개인 클리닉을 운영했습니다. 보호령 시절 공립병원은 프랑스 당국이 관리했기 때문에 젊은 그녀가 공공 의료 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반 의학과 소아과 진료를 시작했고, 이후 여성 건강 문제와 부인과 분야로 전문성을 넓혀갔습니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후다 샤라위(Huda Sharawi)가 가족 내 성평등과 여아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타우히다 역시 여성의 권리와 지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1937년부터 튀니지 여성 클럽과 무슬림 여성 연합(Union of Muslim Women)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1937년, 그녀는 잡지 레일라(Leïla)의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전년도에 창간된 이 잡지는 튀니지 최초의 여성 잡지로, '북아프리카 무슬림 여성의 발전과 해방'을 표방했습니다. 레일라는 여성 해방과 튀니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선구적인 글들을 실으며 시대를 앞서나갔습니다.
가족계획 사업의 선구자
타우히다 벤 셰이크는 여성, 아동, 빈곤층의 의료 접근권 확보에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그녀는 고아 수용, 아동 돌봄, 모성 교육 등을 위한 여러 사회복지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1955년에는 샤르코 니콜 병원(Charles-Nicolle Hospital)에 자리를 얻어 공립병원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산부인과 과장을 맡았습니다. 또한 튀니스에 조산사 양성학교 설립에 기여했으며, 1959년에는 튀니지 의사회 국가평의회에 참여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습니다.
1963년에는 샤르코 니콜 병원에 가족계획 서비스를 개설했고, 1968년에는 튀니스에 피임 클리닉을 열었습니다. 이어 1970년에는 국가 가족계획 평의회 이사장으로 임명되며 튀니지 인구보건 정책의 중심에 섰습니다.
타우히다 벤 셰이크는 2010년 12월,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삶은 의학과 여성 권리라는 두 분야에서 아랍 여성에게 열려 있는 길을 연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