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기사단은 진정한 엘리트였지만, 기사단의 규칙(Rule)을 철저히 준수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위반처럼 보이는 일조차 가슴에 붉은 십자가를 새긴 용감한 수도사들을 추방까지 포함한 엄중한 처벌로 이끌었습니다. 과연 기사단에서 쫓겨나는 일은 얼마나 쉬웠을까요?
폴 힐(Paul Hill)은 최근 출간된 저서 『전쟁 속의 템플 기사단 1120–1312』에서 템플 기사단이 기사단 내 규율 유지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었는지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형제들에게 규율이 요구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규율 위반에는 사소한 참회부터 즉각적인 제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처벌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성전은 형제들이 올바른 행동의 필요성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기사단에서 추방되는 아홉 가지 죄목
규칙 위반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는 바로 형제단에서의 추방이었습니다. 12세기 후반에 작성된 기사단 규칙의 일부는 무려 아홉 가지 죄목에 대해 이 처벌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추방의 대상이 된 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직 매매(시모니)를 통해 기사단에 가입한 경우
- 장(chapter) 회의에서 다룬 내용을 외부에 누설한 경우
- 기독교인을 살해하거나 살해에 가담한 경우
- 정문이 아닌 다른 통로로 요새를 빠져나간 경우
- 음모를 꾸민 경우
- 사라센(무슬림) 진영으로 넘어간 경우
- 이단에 가담한 경우
- 군기를 버린 경우
- 무슬림 앞에서 비겁하게 도주한 경우
눈여겨볼 점은, 목록 중 무려 다섯 가지가 전쟁 수행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이해하기 쉽지만, '요새를 정문 외의 경로로 빠져나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폴 힐은 저서에서 지정된 경로가 아닌 방식으로 성을 떠난 수사는 도둑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 편집자 주] 도둑으로 간주될 수 있었습니다. 규칙은 강탈 문제를 매우 엄격하게 다루며, 성에서 무엇을 꺼낼 수 있고 없는지를 상세히 규정합니다. 무기와 갑옷 등 관련 물품을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템플 기사단이 정상 참작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사가 강압에 못 이겨 규칙을 어겼더라도 여전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독일인 로저 형제(Brother Roger the German)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가자에서 포로로 잡혔고, 힐의 기록에 따르면 "무슬림들은 그에게 (예언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을 강요했다"며, "그는 석방된 뒤 기사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망토가 템플 기사를 만든다
또 하나의 가혹한 처벌은 망토 박탈이었습니다. 망토를 빼앗기는 것은 해당 기사를 격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처벌은 군사 작전 중 '광의의 불복종' 행위에 적용되었는데, 예컨대 허가 없이 돌격을 개시하거나 군기를 공격하는 행위—심지어 군기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처벌 대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템플 기사는 네발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망토를 잃을 위험이 있는 또 다른 군사적 위반으로는 말이나 노새의 사망·부상, 그리고 고양이와 개를 제외한 네발 동물을 허가 없이 기증하는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형제들 역시 처벌을 결정할 권한을 가졌습니다.
아울러 성전 기사는 자신의 무기를 철저히 관리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훈련 중 무기가 손상되는 것만으로도 망토를 잃을 수 있었습니다. 몽펠리에 출신의 한 템플 기사는 검을 부순 뒤 용서를 구하러 성지까지 떠나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귀중한 물자를 낭비한 이들 역시 가차 없이 다뤄졌습니다. 아크레의 피브니카 모르스카 사령관은 어느 날 습기 찬 밀을 구입한 뒤 곧바로 곡물 창고에 보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면서 곡물이 상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했지요. 얼마 후 예상대로 곡물이 상했고, "피브니카 사령관은 고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망토를 빼앗겼습니다.
물론 이것은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 수사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규칙은 템플 기사가 이 불명예스러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무려 36가지 경우를 열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망토를 잃는 것이 차라리 나은 편입니다. 쫓겨나는 것보다는요… 특히 문을 잘못 드나든 죄로 쫓겨나는 것보다는요.
출처
이 글은 다음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Paul Hill, Templars at War. 1120–1312, Rebi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