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이오지마? 그런 건 잊어버리세요
노르망디나 이오지마를 논하기에 앞서, 소련은 그보다 몇 년이나 앞선 시점—1939년 핀란드와의 겨울전쟁 당시—이미 상륙작전의 진정한 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달인'이라는 평가가 어디까지나 소련 스스로의 자평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요.
1939년 11월 30일에 시작된 이 전쟁의 육상 작전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노동자·농민 붉은 군대의 완벽한 치욕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쟁 첫날부터 움직인 소련 발트 함대의 행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함선들은 역사상 그 어떤 함대보다 화려하게 '멋진 활약'을 펼쳤습니다.
역대급 규모의 출항
S.S. 라미슈빌리 지휘 아래 편성된 특별 부대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11월 30일 새벽 바다로 나선 병력은 수송선 5척, 소형 함정 3척, 예인선 8척, 모터보트 23척, 기동 바지선 5척, 통제함 1척, 구축함 6척, 경비함 3척, 소해함 13척, 어뢰정 12척, 초계정 25척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전투기 70대, 폭격기 43대, 정찰기 26대가 지원에 나섰습니다. 목표는 핀란드 영토인 세이스카리(Seskar)와 라반사리(Lavansaari), 두 개의 섬에 대한 번개 같은 상륙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교전부터 불길한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소련 조종사들이 배 두 척을 발견하고 즉시 공격에 나섰는데, 그 배들은 다름 아닌 자기 함대의 구축함 '볼로다르스키(Volodarskiy)'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였습니다. 다행히도—소련 입장에서는—조종사들의 솜씨가 형편없어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습니다. 함포 사수들의 실력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어 소련 부대는 종일 핀란드 잠수함으로 의심되는 목표물을 추격하며 폭뢰 400발을 쏟아부었지만, 바닥을 두드린 것 외에는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우리끼리 서로 쏘고
개전 첫 몇 시간의 사소한 문제야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대규모 상륙 부대'는 어땠을까요? "대담한 행동으로 부대가 적을 소탕했으며, 소련의 붉은 깃발이 세이스카리와 라반사리 섬 위에 게양되었다"—『크라스니 발틴 플로트(Krasnyj Bałtijskij fłot)』 신문은 작전을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실제로 비탈리 드미트로비치 도첸코(Vitalij Dmitrowicz Docenko)가 『러시아 함대의 비밀』에서 기록했듯, 세이스카리와 라반사리 상륙 과정에서는 포탄과 로켓탄의 휘파람 소리, 폭탄의 폭발음, 그리고 물론 선원들의 "우라!"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저자는 이어서 이렇게 전합니다. 섬에는 항공기가 투하한 1,000발이 넘는 폭탄이 떨어졌고, 305mm 및 180mm 해안포의 포격도 받았다. 이후 함선들은 직접 화력 지원에 나섰으며, 상륙 부대는 전쟁 기술의 모든 규칙에 충실하게 상륙했다.
문제는 딱 하나, 섬에는 적군 병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지휘부는 이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상과 공중 정찰이 이루어진 상태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명령은 명령인 법, 공세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 어쨌든 개시되었습니다.
볼쇼이 튀테르시(Bolshoi Tiuters, 12월 2일)와 호글란드(Hogland, 12월 3일) 섬 점령 때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습니다. 소련 항공기들은 갓 해안에 도착한 자기 부대만 고집스럽게 사격했습니다. 아군과 허공을 상대로 낭비된 탄약의 양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항공군만 해도 이 두 섬에 총 64.5톤에 달하는 폭탄 2,110발을 투하하고, 기관총탄 95,465발과 20mm ShVAK 기관포탄 4,425발을 발사했습니다.
치욕의 연속, 그러나 훈장은 계속됩니다
물론 이런 (연이은) 사소한 오해들에 발트 함대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해안방순함 '일마리넨(Ilmarinen)'과 '바이나묘이넨(Väinämöinen)' 추격전이 그 예입니다. 두 함선 모두 포획되지도, 명중당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소련 군수 산업은 이후 몇 달간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낭비된 폭탄 3,000발을 새로 만들어 보충해야 했으니까요.
치욕의 연속이라고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대한 소련 인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상금과 훈장, 포장은 쏟아져 내렸고, 후하게 대접받은 병사들은 상륙전과 해전의 실제 경과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기로 했습니다.
출처
『러시아 함대의 비밀(Secrets of the Russian Fleet)』은 올해 말 에리카 출판연구소(Erica Publishing Institute)에서 출간됩니다.